좋은생각

기업의 문화성과 사회성

해탈의향기 2012. 8. 19. 18:24

 

 

  코카콜라가 펩시콜라에게 시장을 점차 빼앗겨 역전되는 위기

를 맞이하였던 적이 있었지요.  그때 코카콜라는 시대의 변천을

실감하고 종래의 콜라 맛을 바꾸어 새로운 세대에 맞도록 신제

품을 내놓았지요.

  그러자 미국 시민들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치게 됩니다.  코카

콜라의 맛은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마시고 그 손자들이 마

시고 있는 미국의 역사요 그 문화라는 것이었지요.  그것을 함부

로 기업이 바꿀 수는 없다는 주장들이었지요. 심지어 코카콜라의

맛을 옛날로 되돌리자는 캠페인까지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코

카콜라는 하는 수 없이 옛날 콜라를 부활하여 클래식 콕을 다시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때까지 시장 쉐어에 뒤지고

있던 펩시를 완전히 누르게 되었고, 코카콜라를 재인식하는 소

비자들이 늘어 옛날의 영광을 되찾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코카콜라로서는 전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게 된

것입니다.  코카콜라의 맛 속에는 경제적 가치 이상의 것이 들어

있었다는 것을 기업 자체가 잘 몰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코카콜

라의 맛은 어느 기업의 음료수가 아니라 이미 미국의 생활문화

그 자체를 상징하는 맛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기업이 문화예술에 공헌하려고 하는 것을 메세나 운동, 사회

복지와 그 발전에 기여하려는 것을 필란도로피라고 합니다.  전

자는 로마 때의 돈 많은 재상으로 문화예술인의 패트런이었던

마케나스의 이름을 프랑스 발음으로 옮긴 것입니다. 한마디로 돈

많은 기업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뜻한 말입니다. 후자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희랍어의 PHILANTHOROPIA에서 비롯된 말

이라고 합니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형제애와 같은 마음에서 우

러나온 민간단체의 공익활동을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

습니다.

  메세나의 필란도로피는 엄격한 의미에서 기업문화와는 구별

되는 것이지만, 손등과 손바닥처럼 서로 떼어 낼 수 없는 연동

성을 가지고 있거나 자연스럽게 그 귀착지로서 융합되는 것이라

고 할 수가 있습니다.

  가령 프랑스의 한 담배공장에서는 값비싼 미술품을 사들여 공

장 작업실에 전시해 놓은 일이 있었습니다.  공원들은 우리는 공

장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긍지와 감동을

받으며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 생산성이 옛날보다

훨씬 높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화가들의 그림을 사 주었

다는 것은 메세나 운동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작업장에 걸어

놓은 것은 전형적인 기업문화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하나로 볼

수가 있습니다.  예술 지원이면서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는 파워

업, 이미지 업의 효과를 거둔 것입니다.

  미국의 모든 문화활동의 지원은 이같은 메세나 운동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공공활동을 위한 민

간인의 기부금 총액은 연간 백억불 정도가 됩니다마는 이중 50

퍼센트인 약 47억불이 예술 분야에 지원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지금까지 기업이 문화에 지원하는 금액은 약 6,7

억프랑, 한국돈으로 천억쯤 됩니다만 현재 기업의 메세나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서 메세나를 우대하는 특별 세법을 개정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활발해질 것입니다.

  우리는 실제로 메세나와 필란도로피가 어떤 기업들에 의해 어

떤 프로그램으로 전개되어 왔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알아볼 필요

가 있습니다. 영국의 버크레이즈 은행의 경우는 연극이나 발레와

같이 예술성이 높고 흥행에는 어려운 분야에 지원을 하고 있습

니다.  가령 런던 시티 발레단의 설립 10주년 기념작품 백조의

호수의 제작비를 부담하고, 영국 내 40여 군데의 공연을 지원한

다거나 전국에서 모이는 젊은이들의 연극 콩쿠르를 개최하여 여

비와 체재비를 부담하는 것들이 그것입니다.  재미난 것은 그냥

전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흥행에 적자를 보면 적자를 본 것만

큼 전액을 보조해 주고 플라스 마이너스 제로인 경우에는 지원

금은 없습니다.  만약 흑자를 낼 경우에는 극단이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체이스 맨해턴 은행은 자기 계열의 크레디트 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면 어느 기간 동안 구겐하임의 입관료를 무료로

해주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입장한 관객들의

입장료는 은행측에서 수십만불을 지불하여 자연 청산되도록 되

어 있습니다.  이것은 고객 서비스이며 동시에 박물관을 돕는 일

입니다.  동시에 미국 시민들에게 좋은 문화를 심는 사회 공헌을

겸한 캠페인인 것입니다.  이러한 운동으로 구겐하임의 입관자

수는 28퍼센트가 늘고 450명의 신규 회원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

지요.  그러니까 체이스 맨해턴의 캠페인은 자기네 카드를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문화적 생활이라는 신화를

만들어 준 셈이지요.

 

 

ㅡ 이어령《그래도 바람개비는 돈다》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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