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용 서
해탈의향기
2012. 7. 16. 13:14
자기 앞에 서 있는 가톨릭교도들과 신교도들의 얼굴을 훑어보
며 달라이 라마는 말했다.
"같은 기독교인들끼리 싸운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는 일입니
다. 그렇지 않은가요? 정말 어리석은 일입니다. 당신들의 문제 때
문에 나까지도 머리가 어지러워집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한다면, 우리는 그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납
득할 것입니다. 그러나 개신교와 가톨릭교의 차이는? 그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당신들 서로간의 차이보다 나와 당신들 간의 차이
가 훨씬 큽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
랍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최종적인 결론은
북아일랜드 시민인 당신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연설 마지막에 달라이 라마는 청중을 향해 물었다.
"내 말이 도움이 되었습니까?"
그러자 큰 환호성이 일었다. 그가 다시 말했다.
"만일 도움이 되었다면, 부디 내가 한 말을 기억해 주십시오.
하지만 아무 도움이 안 되었다면······."
그는 말을 멈추고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냥 잊어버리시길 바랍니다."
신교의 목사와 가톨릭교의 신부가 양쪽에서 달라이 라마를 호
위했다. 그는 두 사람을 가까이 끌어당겨 함께 포옹했다. 그리고
두 눈에 장난기를 가득 담고서 그들의 턱수염을 잡아당겼다. 군중
들은 이번에도 또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달라이 라마는 턱수염을
보면 언제나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성미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