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음식이야기

곶감 하나 먹으면

해탈의향기 2013. 12. 29. 14:19

 

 

 

 

 

                                              곶감 하나 먹으면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감 고장의 인심(순박하고 후한 인심)' 같은 속담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요즘 제철을 맞은 감은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이다.  하지만 서양에선 인기가 별로 없다. 

떫은맛을 꺼려서다.

 

감은 크게 보아 떫은 감과 단감, 두 종류가 있다.  감나무에 달린 상태에서 익는 도중 떫은맛이

없어져 따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단감이다.  반면 수확한 뒤 인위적으로 떫은맛을 없애

줘야 하는 감이 있다.  이 중 우리 조상이 즐겨 먹은 것은 떫은 감이다. 중국인도 떫은 감을 선호

한다.  단감은 일본에서 왔다.  일본엔 단감뿐이다.

 

감은 여느 과일과 달리 신맛이 없다.  브릭스(Brix) 당도계로 잰 감의 당도(단맛)는 15~18로, 포

도보다는 낮지만 사과.배보다는 높다.  감 고유의 떫은맛은 녹차에도 있는 타닌의 맛 이다.

 

타닌은 상당한 약성(藥性)을 지녔다.  민간에선 설사.배탈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감을 권했다.  타

닌이 장의 점막을 수축시켜 설사를 멈추게 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지혈 작용을

해 위궤양 치료에도 유익하다.  그러나 감을 과다 섭취하면 위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용성인 타닌은 다른 성분과 잘 반응한다.  특히 철분과 결합, 체외로 함께 빠져나간다.  빈혈환

자나 몸이 찬 사람에게 감 섭취를 제한하라고 권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타닌은 또 장운동을

억제한다. 따라서 변비 환자는 감 섭취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우리 고유의 떫은 감을 달게 만들려면 꼭지에 침을 놓은 뒤 따뜻한 소금물에 담가 둔다(탈삽감,

담은 감, 삭힌 감). 홍시(연시)나 곶감으로 만들어도 떫은맛이 사라진다.  항아리에 짚을 깐 뒤

여기에 떫은 감을 올려놓으면 물렁한 홍시가 된다.  떫은 감은 껍질을 벗긴 뒤 꼬챙이에 꿰어

말린 것이 곶감이다.

 

요즘은 더 간단히 떫은맛을 없앤다.  떫은 감을 빈 상자에 놓고 그 위에 신문지를 몇 장 깐 뒤 사과

껍질을 올려놓으면 금세 홍시로 변한다.  사과에서 나온 에틸렌이 감의 숙성을 촉진하고 사과의

사과산과 감의 타닌이 중화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에탄올과 물을 반씩 섞은 뒤 떫은 감의 꼭지 부분이 젖을 만큼 스프레이로 뿌려 주는 방법도 있다. 

이어서 비닐봉지에 넣어 따뜻한 방에 사나흘 놓아 두면 떫은맛이 제거된다.  에탄올 대신 소주를

써도 되나 시간은 조금 더 오래 걸린다.

 

곶감은 바싹 말린 건시(乾), 반쯤 말려 냉동 보관해 먹는 반건시(半乾)로 분류된다.  곶감은 냉동실에

넣으면 1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민간에선 숙취. 기침. 딸꾹질 환자에게 추천했다.  곶감의 표면에

묻은 흰 가루는 감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단맛이 농축된, 포도당.과당.만니톨의 결정체다.

 

감은 숙취해소용 과일로도 유명하다.  감에 든 과당이 알코올 분해를 돕고 칼륨이 이뇨작용을 한다. 

중국의 역서 『명의별록』 엔 "잘 익은 감은 술을 해독하고 위장의 열을 내린다"고 기술돼 있다.

 

감나무는 열매뿐 아니라 나무.잎도 요긴하게 쓰인다.  골프채의 헤드 부분은 감나무로 만든 것을 최

고로 친다.  감잎은 비타민 C.폴리페놀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를 지닌다.  잘게 썬 감잎을 물에 넣어

우리거나 가볍게 끓이면 감잎차가 만들어진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