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의향기 2012. 7. 24. 18:43

 

 

               달라이 라마와 대주교가 만났다.  밤색 승복을 입은

               티베트 수도승과 검은색 수도복을 입은 그 성공회 신

              부는 머리가 거의 맞닿을 정도로 마주 앉아 서로의 손

을 굳게 맞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사랑에 빠진 십대 소년 소

녀처럼 세상 전체가 지켜보는 앞에서 상대방의 눈을 깊이 들여다

보았다.  전세계의 언론 매체들이 몇 미터 거리를 유지하면서 접근

금지선 밖에 모여 있었다.  각 대륙에서 온 텔레비전과 출판 언론

인들도 눈에 띄었다.  33명의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이 한 공

간에 모이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지금 노르웨

이의 수도 오슬로의 홀멘콜른 호텔의 눈부신 연회장에 모여 있었

다. 2001년 12월, 노르웨이 정부는 노벨 평화상 100주년을 축하

하기 위해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을 한자리에 초대하는 전례

없는 행사를 열었다.

  노벨 평화상 100주년 심포지엄이 열리던 첫날 아침, 개회식이

시작되기 전에 달라이 라마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데스몬드 투

투 대주교는 조용히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다.  나는 두 사람 뒤에

구부정하게 선 채로, 쏟아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들 속에서 두 사

람이 나누는 대화를 듣기 위해 온통 정신을 쏟아야만 했다.

  달라이 라마가 투투 대주교에게 말했다.

  "나는 방금 북부 노르웨이에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곳의 트

롬소 대학에서 명예 학위를 받았거든요.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

니다. 전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

에서도 명예 학위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한 가지 전통

이 있습니다.  학위를 받는 동안, 아름다운 의복을 입는 것 외에도

특별한 반지를 끼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대중 앞에서

이렇게 말했지요.  '불교 수행자로서 반지를 끼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오늘만큼은 행사의 일부이기 때문에 반지를 끼겠습니

다.'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동안 그 반지를 끼고 있었습니다."

  투투 대주교가 말했다.

  "아, 참 잘하셨습니다.  그 반지를 팔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으

리라고 내가 장담하지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히히거리는 웃음으로 시작되었지만, 이내 그

웃음은 호탕한 너털웃음으로 바뀌었다.  티베트 지도자는 굵고 우

렁찬 목소리이고, 대주교는 고음의 날카로운 웃음이었다.  그들의

자유롭고 전염성 강한 웃음은 넓은 연회장의 값비싼 프랑스식 문

들을 뒤흔들 만큼 컸다.  모두가 놀라서 하던 일을 멈추고 두 사람

을 쳐다보았다.

  나는 한 가지 갑작스런 느낌을 받았다.  피부색과 나이 차이(

투 대주교가 달라이 라마보다 네 살 위) 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기질

이 완전히 똑같았다.  그들은 상황 속에 자신을 완전히 내던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