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처님 공부

[스크랩] 우리 공양주 결사 해볼까요?

해탈의향기 2014. 3. 24. 12:56

 

 

 

                                                                                               ㅡ 수 한

 

 

 

 어느 날 그녀가 내게 엉뚱한 제안을 했다.

 

 "수한보살님 우리 둘이서 일년 동안 공양주 결사 한 번 안해볼래요?"

 

 "응...? 공양주 결사라고요? 호 호 호..."

 

 난 너무 우스웠다.

 만일염불 결사도 아니고 공양주 결사라니?

 

 "같이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공양주 노릇 하는 것이 공부에는 최고에요.

 공양간에서 일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어요.

 밥 먹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품이 보이고 공부정도가 보여요.

 또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을 지으면서 자신을 보는 공부도 되고요.

 복도 짓고 업장소멸도 하고...공양주가 최고지요."

 

 공양주 일은 이미 회향했다더니 왠일이래?

 아마도 나와 공양간에서 일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재미있고 좋았나?

 그녀의 소임은 빨래와 청소지만 공양간에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보니

 수시로 공양간을 들락거리며 일을 거들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녀의 눈빛에서

 어쩌면 그녀가 나에 대한 배려로 그런 제의를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업을 팍팍 녹여줄라고...

 그래야 소멸될 업을 그녀가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의 계획이 있고 또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승낙을 못했다.

 그녀와 같이라면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녀가 있었기에 그동안 어떤 도량에 머물때 보다 즐거웠으며 행복했다.

 대화가 통하는 도반과 같이 살고 같이 일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즐겁다.

 하루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흘러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그녀의 얼굴이었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듯이...

 

 그녀는 나를 설레게 했다.

 오늘은 또 어떤 대화들을 나누게 될까 해서...

 난 점점 그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또 한 사람의 수행자로서 사랑하게 되었다.

 또 한 사람의 선지식으로서...

 

 공양간에서 일하다보면 공양주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스님들의 음식타박이다.

 이 점은 나역시도 가장 못마땅한 부분이었다.

 매우니 싱거우니 짜니...

 

 그때마다 그녀의 입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참내 스님도... 자성이 없다고 하시고서 와그라시노?

 매운 맛도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 조금 있으면 사라질터인데

 왜 없는 자성에 끄달리신단 말인고?"

 

 "호 호...그러게 말이야."

 

 "제가요. 아무개큰스님 밑에서 시봉을 들었었는데요.

 세상에나 얼마나 음식이 까다로우신지요 공양주들 죽여주데요.

 그러시고서 무슨 한소식을 했다고 그러시는지...

 전 음식타박 하는 스님은 절대로 한소식했다고 인정 안합니다.

 한소식했으면 그럴 수가 없어요.

 미각에 걸려 있는데 무슨 한소식입니까?"

 

 그녀는 출가수행자보다 더 계율에 철저했다.

 육식은 절대로 안했는데,

 그 이유가 살생의 인연을 맺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우리들 업 중에서 가장 큰 업이 바로 살생의 업이라고...

 오신채도 음욕과 화를 북돋운다고 먹지 않았으며 오후불식 하였다.

 

 "제대로 수행을 한 사람은 육식을 하라 해도 못합니다.

 오신채도 먹으면 몸에서 금방 신호가 와요.

 그걸 못느낀다면 그는 수행을 제대로 한 사람이 아니지요.

 계는 일부러 지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지켜지게 되어야 해요.

 또 여러가지 음식을 먹는 것은 일견 골고루 먹어서 좋은 것 같지만

 수행자에게는 산만심을 길러줘요.

 음식을 간결하게 먹는 사람일수록 수행의 깊이가 있다고 보면 돼요."

 

 그녀가 있어서

 그녀에게 법문을 들을 수 있어서

 그녀에게 어떤 궁금한 질문도 할 수 있어서

 그래서 그곳에서의 생활은 참으로 행복했다.

 

 

 

 

 

 

 

출처 : 혜 향 (慧香)
글쓴이 : 수한 (水漢)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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