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함께 꽃이되네

[스크랩] 소소한 즐거움

해탈의향기 2015. 2. 7. 11:26

 

 

 

  
 

해가 바뀌었습니다. 신년이 되면 누구나 기원합니다. 떠오르는 일출을 보면서 사람들은 올 한 해도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물론 그 이상의 소원을 비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원의 내용에 상관없이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진지하고 성스럽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올 한 해의 소원을 빌었습니다. 소소한 삶이 제 삶의 기쁨이 되게 해달라고. 차를 한 잔 마시는 것도, 산길을 거니는 것도, 햇살 한 줌에도 기쁨을 발견하며 살 수 있기를 진정 소원했습니다. 내 주변의 소소한 것들이 기쁨이 되는 삶이라면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거창하고 원대한 것은 왠지 이 소소한 삶의 기쁨을 가로막는 그림자만 같아 포기하기로 한 지가 오래입니다. 어쩌다 한 번 만나는 기쁨이 아니라 날마다 만나는 기쁨을 찾자는 것이 제 삶의 지론이기도 합니다.

 

조선 중기의 학자 상촌 신흠은 그의 저서 <야언(野言)>에서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문을 닫고 뜻이 있는 글을 대하는 것이 즐거움이요, 문을 열고는 좋은 벗을 맞이하는 즐거움이요, 문을 나서서는 마음에 드는 풍경을 찾아보는 즐거움이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이다.” 책을 읽고 벗을 맞이하고 풍경을 찾아 거니는 삶의 즐거움은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것이지만 또 누구나 누리는 즐거움은 아니기도 합니다. 사는 것이 너무 빡빡한 사람들은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할 테고, 큰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이 무슨 즐거움일 수 있겠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소한 것의 기쁨을 알지 못한다면 사는 것이 즐거움이 되는 일 또한 없다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올해는 좀 가볍고 즐겁게들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무겁고 힘든 성취의 즐거움 보다는 소소한 즐거움과 함께 하는 한 해가 된다면 우리는 좀더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일출이 밝게 떠오르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에 눈 뜨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나는 한 해를 밝히며 떠오르는 태양의 이야기를 그렇게 들었습니다.

 

성전스님

 

출처 : 원철스님과 문수법회
글쓴이 : 붓다홀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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