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처님 공부
위험을 미리 아는 개미들
해탈의향기
2012. 9. 9. 07:14
청계산(淸溪山)에서 내가 직접 겪은 일.
나는 예전에 산중으로 다니면서 묘지에 기대어 쉬는 때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날, 해는 어둑어둑 서산으로 지려고 하는데 개미떼들이
열을 지어서 부지런히 이동을 하고 있었다. 거의 땅바닥이 까맣다
싶을 정도로 많은 개미떼였다. 그런데 그 걸음걸이들이 여간 빠르
지가 않으므로 나는 이상스럽게 생각하고 개미들이 가는 곳으로 천
천히 따라가 보았다. 보니 개미들은 어느 골짜기의 바위 밑에 자리
를 잡는 것이었다. 나는 본래 일정한 주처가 없는 사람이었으므로
그곳에 기대 앉아서 조금 쉬고 있었다.
그날은 새벽에 비가 약간 오긴 했지만 산이 무너질 정도로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조금 있자니까 바로 내가 있던 산벼랑이 큰 소리
를 내며 무너져서, 나와 개미들이 옮겨 온 그 곳을 덮어 버리는 것
이 아닌가. 때때로 인간은 개미만도 못할 때가 있다.
ㅡ 김정빈편저 대행스님 법어집《 무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