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서
통역을 진행했다.
"내가 이십대 후반이던 1963년의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불교 경전을 읽고 있었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나는 '나'라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혼합물(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의 집합체)을 가리
키는 말이라는 구절을 읽었습니다. 그것을 읽자마자 나는 특별한
감각, 하나의 이상한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락도르가 쉰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나는 긴장해야만 했다.
내가 물었다.
"그 이상한 경험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나요?"
"내 생각에 그 느낌은 아마도 3, 4주 동안은 계속 이어진 것 같
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 달라이 라마는 락도르에게 좀더 말했다.
말하는 동안 그의 이마에 난 깊은 주름이 빛을 발했다. 그는 자기
앞의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손으로 양탄자를 쓰는 듯한 동작을 취
했다. 그의 얼굴에는 경이감에 찬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락도르가 통역했다.
"이 시기 동안 나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예를 들어 이 양탄자
든, 그것들을 바라볼 때마다 그것들을 양탄자와 사람으로 바라보
긴 했지만, 동시에 그것들이 아무런 본질도 갖고 있지 않음을 알
아차렸습니다. 거기 '나'라는 것이 없다는 뚜렷한 느낌을 받았습
니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이
해한 대로의 '나'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어떤 느낌
이었습니다."
이때 달라이 라마가 강조하듯 말했다. 그는 두 손을 가슴께까지
들어올려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단단한 실체가 없는 것이지요."
"그때 어떤 환영을 보았나요?"
나는 이런 질문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가 확신
을 갖지 못한 채 주저하며 물었다. 우리의 대화가 예기치 않은 방
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나는 방금 전 느꼈다. 달라이 라마는 내
게 아마도 소수의 사람들만 들었을 법한 매우 개인적인 경험을 이
야기하고 있었다.
그가 대답했다.
"아니오."
내가 말했다.
"하지만 '나'가 사라진 경험을 하셨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다시금 락도르를 통해 말하기 시작했다.
"육체적으로 말하면 번개와도 같은 것이 내 심장을 통해 전신
으로 물결처 갔습니다.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것과도 같은 경험
이었습니다."
나는 내 자신이 지금 이상한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듯한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불교도에게 있어서 영적인 깨달음은 개인적이고
내밀한 경험이다. 진지한 수행자가 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을 듣는 것은 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방금 들은 말
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달라이 라마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