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이끄는 감성
과학을 이끄는 감성
흔희 과학자들은 냉철한 사고의 소유자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
다. 그러나 이는 단면적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과학 분야 가운데 가장 엄
밀한 논리를 추구하는 수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9세기 러시아의 여류 수학
자 소피아 코발레프스카야 는 "영적으로 시인이 되지 않고 수학자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라는 말을 남겼다. 집합론을 창시한 독일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
어는 "수학의 본질은 자유에 있다" 라고 말했는데, 언뜻 듣기에 역설적인 이
표현은 수학자가 남긴 것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말이 되었다.
인간의 감성을 파고드는 대표적인 분야인 음악에서는 더욱 깊은 연관성이 드
러난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어느 날 우연히 대장간 앞을 지
나다 여러 음을 만들어 내는 망치소리에 이끌렸다. 자연 철학자다운 예리한
통찰력으로 이를 분석한 그는 망치들의 무게가 어떤 일정한 비율이 될 때 아
름다운 화음으로 들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이름이 붙은 '피타고라스
음계' 와 "만물은 자연수와 그 비율로 표현된다" 라는 핵심적 사상에서 그 영
향을 엿불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발견이 자연현상과 과학 사이의 심오한 연결 고리를 드
러낸 가장 위대한 사례로 꼽힌다는 점이다. 음의 본질은 공기의 진동이며 진
동은 자연계의 도처에서 발견된다. 소리뿐 아니라 빛도 진동하므로 청각과
시각은 진동에 근거한 감각이다. 촉각. 미각. 후각도 그 본질은 분자들의 진동
을 통한 에너지의 전달 현상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음악을 통해 세계와 교
호하는 셈이다. 이 사실은 현대에 들어 양자 역학과 그 귀를 잇는 최첨단의 이
론에서도 근본 원리로 깃들여져, 갈수록 더욱 드높아지는 느낌이다.
현대 물리학의 정수인 양자 역학은 "모든 물질은 파동으로 표현된다 " 라는
원리를 가장 먼저 내세운다.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이론 가운데 하나인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 은 자연의 궁극적 단위가 10/33분의 1cm라는 극미의
'초끈' 이며, 만물은 이 초끈이 만드는 음악과 같다고 본다. 비록 아직 명확한
증거가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가장 유력한 '만유의 이론' 으로 평
가된다. 이런 점에서 감성은 지성 못잖은 중요한 과학적 성품이며, 과학은 이
를 통하여 언제까지나 새로운 전설을 펼쳐 내리라 여겨진다.
월간지 좋은생각
고중숙 님글/ (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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