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의향기 2012. 10. 30. 19:30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녀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

하는 경찰관 두 명이 무례하게 그녀를 뒤로 밀쳤다.

  사원의 안마당 역시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가야 시장이 고위

경찰 간부 몇 명과 회의를 하고 있고, 한쪽 구석에는 위협적인 검

은색 닌자복을 멋지게 빼입은 인도인 특공대원들이 모여 있었다.

카키색 군복에 푸른색 베레모를 쓴, 지위가 좀더 낮은 군인들은

다른쪽 구석에 무리를 지어 모여 있었다.  락도르도 그곳에 있었는

데, 밤색 승복을 입고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통행증을 제시하고 나서 나는 사원의 비좁은 응접실 안으로 들

어갔다.  작은 휴게실에는 티베트 불교의 가장 이름 높은 라마승

십여 명이 팔걸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마하보디 사원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오렌지색 승복을 입은 스리랑카의 승려 세 명도

그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달라이 라마의 스승 중 살아 있는 유일

한 인물인 툴식 린포체가 계단을 걸어내려왔다.  그 노쇠하고 부드

려운 수도승은 달라이 라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나오는 것이 분

명했다.

  나는 응접실 한켠에 서서 기다렸다.

  얼마 안 있어 달라이 라마가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 보였

다.  여러 해 동안 충직하게 그를 시봉해 온 팔조르가 그의 왼쪽 겨

드랑이를 부축하고 있었다.  셍게 랍텐은 달라이 라마의 오른쪽 팔

꿈치를 꽉 움켜잡고 있었다.  달라이 라마는 수척해 보였지만 내가

마지막 보았을 때보다 상태가 더 악화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

만 체중은 더 빠져 보였다.

  응접실로 내려온 티베트 지도자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라마

승들에게로 다가갔다.  평소의 습관대로 그는 그들에게 농담을 걸

고 장난을 쳤다.  그는 그중 한 명의 머리를 쓰다듬고 다른 사람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허약해진 상태에서도 그는 여전히 사

람들을 즐겁게 하고 그들의 슬픔을 덜어 주고 싶어했다.  그는 그

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 때문에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음을 알고

있었다.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다가 달라이 라마는 경호원들 뒤에

반쯤 몸을 숨기고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주 잠깐 그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는 미소를 짓지 않았다.  다

만 그의 눈이 내 눈을 응시할 뿐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져서 턱을 악물었다.  달라이 라마가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부

드럽게 나를 껴안았다.  내가 그를 붙잡고 있는 동안 눈물이 내 얼

굴을 타고 흘러내려 그의 승복 옷깃을 적셨다.  마침내 그는 뒤로

물러나서 다시 한 번 눈물에 젖은 내 눈을 응시하고는 앞마당으로

걸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