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음식이야기

떡 문화의 특징

해탈의향기 2012. 10. 31. 09:02

 

 

                            1. 정을 나누는 떡

 

 

  리 민족은 예부터 자기 집 식구만을 위하여 떡을 만들지 않았다.  천

지 신명과 조상께 올리고, 또 이웃 친척 간에 서로 나누어 먹기 위해서 많은

양의 떡을 하는 여유를 보여 왔던 것이다.  우리말에 '반기를 나누어 도르다.'

는 말이 있고, 혹은 '반기살이' 란 말이 있는데, 잔칫집에서 손님들이 돌아갈

때 음식을 싸서 보내는 이런 풍속에서도 떡이 없는 반기살이는 생각할 수 없

을 정도로, 떡은 나누어 먹는 음식에서 가장 주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또

'남의 떡에 설 쇤다.'든가 '얻은 떡이 두레 반이다.'라는 속담에서도 이러한 우

리의 떡 문화의 한 단면을 엿볼 수가 있다.

  또한 그 옛날 서민들에게 있어서는 부부 사이의 뿌듯한 정을 확인할 수 있

는 것이 떡이었다.  이와 관련된 전해 오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조선시대 숙종 때의 일이다.  숙종 대왕이 밤에 미행으로 남산골을 순시

한 일이 있었다.  밤은 깊은데 어디서 낭낭히 글 읽는 소리가 나므로 그 소

리를 쫓아가 보니, 어느 오막살이 방 안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였다.  들창

사이로 방 안을 엿보니, 젊은 남편은 글을 읽고 새댁은 등잔 밑에서 바느

질을 하고 있었다.  젊은 선비 내외의 모습은 비록 가난하기는 하나, 귀엽

고 흐뭇해 보여 대왕은 계속 지켜 보고 있었다.  얼마를 지나니 남편은 책

을 가만히 덮고는 밤이 깊어 속이 출출하다고 하였다.  새댁은 조용히 일어

나 벽장에서 주발 뚜껑에 담은 송편 두 개를 내놓으며, 이거라도 드시라고

권했다.  선비는 반가운 듯 얼른 한 개를 집어 먹더니, 두 개째를 집어 들었

다.  이 때 엿보고 있던 왕은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시장하기는 마찬가질

텐데, 새댁에게도 하나 줄 일이지 인정머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웬걸 이 선비는 송편 하나를 들고 새댁의 입에 넣어 주는데, 서로 사양해

마지 않으며 즐기는 것이었다.  왕은 인간의 삶과 부부의 애정에 대한 오붓

한 재미에 감동하여 흐뭇한 마음으로 궁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왕은 그 생각을 못 잊어 나인을 불러 송편이 먹고 싶다고 왕후에

게 전갈을 했다.  궁중에서는 상감마마의 분부를 받들어 송편을 만드느라

온통 부산을 떨었다.  이윽고 큰 수라상과 함께 커다란 푼주에 송편이 높다

랗게 괴어져서 전후 좌우의 옹위를 받으며 야단스럽게 들어왔다.  이에 왕

은 눈앞에 그리던 어젯밤의 환상은 한순간에 깨져 버리고, 울컥 환멸이 치

밀어 불현듯 "송편 한 푼주를 먹으라니 내가 돼지냐." 하며 송편 그릇을 내

동댕이쳤다.  그러나 왕의 이러한 심정을 알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당황만 했을 뿐이었다.

  앞의 일화로 인해 '푼주의 송편 맛이 주발 뚜껑 송편 맛만 못하다.'는 속담

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와 같이 떡은 나누어 주는 별식이며, 정을 전하는 한

국적 음식으로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 해 왔다.

                                                                                      

ㅡ 강인희《한국의 떡과 과줄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