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을 가꾸는 시간
일본 프로야구 만년 하위 팀이던 세이부 라이온스, 라이온스를 인수한 구단주가
어느 날 명감독 네모토 리쿠오를 초대 감독으로 영입한 뒤 그에게 물었다.
"우리 팀이 우승하려면 얼마나 걸리겠소?"
팀 정비를 위해 막대한 돈을 들인 구단주의 얼굴에 조급함이 묻어났다.
"글쎄요, 적어도 5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구단주는 펄쩍 뛰며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되물었다.
"뿌리를 내리고 가지가 자라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익기까지는 당연히 그만한 시
간이 걸립니다."
이후 네모토 감독은 선수를 키워 내고 코칭스태프를 교육하며 구단의 전문 인력을
조직하는 전 과정에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차근차근 팀을 정비해 나갔다. 그
리고 감독 부임 4년 만인 1982년에, 감동적인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우승 시기를 1년 앞당긴 네모토 감독의 소감이 기가 막히다.
"이번은 운이 좋았습니다. 내년부터가 진짜 실력으로 따 내는 우승이 될 겁니다."
그의 말대로 라이온스는 리그 우승 열세 차례, 일본 시리즈 우승 여덟 차례 등 최고
의 성적으로 승승장구하며 명문 팀의 입지를 다져갔다.
평소 네모토 감독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우승이라는 열매는 단기간에 고액 연봉 선수를 끌어들인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
닙니다. 능력 있는 인재를 발굴해 토양을 가꾸고 가지가 굵어지기를 기다릴 줄 알아
야 합니다."
지긋이 기다릴 줄 모르고 눈에 보이는 성과에 급급한 우리에게도, 네모토 감독의
진득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ㅡ 《행복한 동행》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