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의향기 2012. 11. 9. 14:43

 

 

태도 약간 나아진 듯 보였다.

  하지만 파트나 근처에 다다르자 차는 다시 속도가 떨어져 거의

기다시피했다.  도로는 초저녁 통행 차량들로 만원이었으며, 소음

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달라이 라마에게는 모든 운전자가 오직

경적에 의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경찰의 호위를 받고 있었지

만 그곳을 빨리 빠져나갈 길이 전혀 없었다.  달라이 라마가 탄 차

량 행렬은 매연을 뿜어대는 디젤 버스들과 악착같이 돌진하는 삼

륜차들 틈새에 꼼짝 못하고 끼어 있었다.  잦은 출발과 정지 때문

에 달라이 라마는 속이 몹시 불편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가까

스로 몸을 일으켜 세워 똑바로 앉았으며, 창 밖을 내다보면 멀미

가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길가에서 한 노인과 어린 소년을 발견한 것이 바로 그 순

간이었다.  달라이 라마는 접견실에서 내게 그 장면을 설명했다.

가리 린포체는 그가 하는 모든 말을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귀를

세우고 얘기를 들었다.  그도 이렇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달라이 라마가 말했다.

  "나는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

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액체, 물, 땀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눈에서 나오는 물은 감정과 많은 관계가

있고, 몸에서 나오는 물은 신체적인 고통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신체적 고통이 너무 크면 눈에서 눈물이 나오지 않고 몸에

서 액체가 나오는 것이지요.  그것들이 무슨 차이이고 무슨 관계인

지 나는 잘 모릅니다.  아무튼 바로 그때 나는 길고 헝클어진 머리

를 한 그 노인을 보았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만졌다.  그리고 엄

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넓게 펴서 그 노인의 머리가 얼마나 길

었는지 보여 주었다.

  "그는 수염도 몹시 지저분하고, 입고 있는 옷들은 먼지와 오물

에 절어 있었습니다."

  그는 그 가슴 아픈 장면을 회상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곳에 많은 가난한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학교에 다

니지 못하고 길가에서 그냥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키가

이 정도 되는 아이가 내 시선 속에서 들어왔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팔을 뻗어 1미터 조금 넘는 높이를 가리켜 보였

다.  그런 다음 양손으로 자신의 허벅지 아래를 만져 보였다.

  "그 소년은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

였습니다. 그래서 목발에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신체적인 고

통을 겪고 있는 동안, 내 눈에는 오로지 그 가엾은 사람들의 모습

만 떠올랐습니다.  나는 좋은 보살핌을 받고 있는 반면에 그들을

보살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눈을 감고 침묵에 잠겼다.  잠시 후 그가 말을 이

었다.

  "비록 난 신체적으로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지만 마음은 전혀

불안하지 않고 매우 평화로웠습니다.  조금 불편함을 느꼈을 뿐이

지요.  왜 그토록 평화로운 느낌을 가졌을까요.  내 자신은 신체적

인 고통을 겪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끊임없이 아무 보살핌도 받

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내 자신의 고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