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서
러자 내가 겪는 고통의 강도가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강한 염려의
마음이 내 자신의 고통을 압도해 버린 것이지요."
보드가야를 떠난 이후로 나는 줄곧 한 가지 의문에 사로잡혀
지냈었다. 달라이 라마의 복부 통증이 어떻게 그토록 갑자기 위기
상황으로 치달아, 뭄바이의 전문 병원으로 이송되는 결과까지 낳
게 되었을까? 나는 그 병의 원인을 달라이 라마와 함께 풀어 보고
싶었다.
"독수리봉 정상까지 가파른 산길을 올라갈 때 당신은 몸의 상
태가 별로 좋지 않았나요?"
접견실에서 내가 달라이 라마에게 질문을 던지자, 가리 린포체
는 등이 곧은 의자를 자신의 형 쪽으로 좀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는 우리와 함께 독수리봉에 가지 않았으며, 복통이 일어나기
전까지 달라이 라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알고 싶어
했다.
달라이 라마가 대답했다.
"아니오. 그날 아침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았어
요. 오히려 몹시 상쾌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도 이미 내 안에는
몇 가지 원인과 조건들이 있었지요."
"라즈기리의 일본 호텔에서 먹은 음식이 안 좋았나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설사를 하셨잖습니까?"
"세균성 설사에 걸렸었지요."
"체텐 박사에게 듣기론, 당신 장 속에 아메바가 있었다고 하더
군요. 그건 분명히 불결한 음식이나 깨끗하지 못한 물에서 온 것
이거든요."
달라이 라마가 말했다.
"그 아메바들이 얼마나 오랬동안 내 뱃속에 있었는지 난 모릅
니다. 반드시 그날 생겼다고 할 순 없지요. 많은 원인들이 있습니
다. 한 가지, 직접적인 원인은 부주의지요."
"부주의요?"
"내 몸이 주로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부주의하게 된 겁니다. 그
렇게 되면 나는······."
달라이 라마는 락도르를 쳐다보더니 티베트 어로 말하기 시작
했다. 락도르가 통역했다.
"내 몸이 무척 건강하다고 느끼고 무리를 하게 되지요. 너무 많
이 일하고, 너무 많이 여행하고, 주의가 부족했던 겁니다."
달라이 라마와 가까이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고백에 전적으로
공감할 것이다. 특히 여행을 나서면 그는 언제나 너무 빠듯하게
일정을 잡는다. 나는 그와 여러 차례 여행을 함께 했기 때문에 그
것을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나는 그보다 열 살이나 젊다. 하지만
그의 넘치는 에너지와 기운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곤 했다. 그를
따라다니는 것은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 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달라이 라마가 말을 이었다.
"그날 아침 독수리봉을 오를 때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그리고
산꼭대기에선 약간 추웠어요. 산을 내려오면서 다시 땀을 흘렸고,
점심 먹을 때는 옷을 벗었지요. 점심식사 후엔 신선한 레몬 주스
와 물을 마셨습니다. 대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날은 이미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