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의향기 2012. 11. 29. 09:26

 

 

                  나는 달라이 라마와 함께 그의 사택 옥상 위에 서

               있었다.  멀리 바깥쪽 히말라야가 영화 화면처럼 장엄

               하게 펼쳐져 있었다.  해발 4,350미터의 인드라할 협

               곡에서 굽이쳐 흐르는 3개의 능선이 안개에 감싸인

               채 저 아래쪽 넓고 푸른 캉그라 골짜기로 이어지는 것

을 볼 수 있었다. 더 멀리 훨씬 높은 곳에서 만년설에 뒤덮인 다울

라다르 히말라야 정상이 보였다.  가까운 능선 부근에서 나는 몇

개의 작은 회색 반점들을 발견했다.  자그마한 고원에 둥지를 튼

작은 마을이었다.  그 옆에는 산사태로 깊이 패인 흔적이 있었다.

더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은빛 실타래 같은 강이 한 무리의 반짝

이는 작은 빛들 사이를 지나 골짜기 바닥을 구불거리며 흐르고 있

었다.

  달라이 라마가 왼손에 염주를 들고서 그 반짝이는 빛의 무리 하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마을의 불들이 아직 켜져 있군요."

  그는 내게 자기 쪽으로 몸을 더 기대, 산사태 흔적이 있는 산 아

래쪽 평원 부근에서 반짝이고 있는 작은 촌락을 바라보라고 손짓

했다.

  인도의우기가 시작되기 전 일요일 새벽 5시였다.  달라이 라마

는 그 시간에 바깥에 나가 있기에는 옷을 얇게 입고 있었다.  평소

에 입는 승복 차림이 아니라, 소매가 없고 깃이 높은, 밝은 오렌지

색 셔츠 차림이었다.  공단 같은 옷감이 이른 새벽 빛을 받아 희미

하게 빛이 났다.  그는 발목까지 오는 고동색 허리두르개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몸통에는 승려들이 겉에 걸치는 밤색 숄을

동여매고 잇었다.  나는 전에는 그가 이런 복장을 한 모습을 본 적

이 없었다.  아마도 자신의 거처에서 아침 일상을 보낼 때는 이따

금 이런 차림을 하는 모양이었다.

  달라이 라마가 나를 옥상으로 초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근에 콘크리트로 된 좁은 통로와 전망대가 새로 만들어졌다. 우

리 아래로는 그의 사택이 자리잡고 있는 울창한 히말라야 삼나무

와 소나무숲, 그리고 키 큰 철쭉나무숲이 내려다보였다.

  우리는 옥상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약 5분 뒤, 다시 넓은 2층

거실로 내려와, 달라이 라마의 명상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신발을 벗고, 명상하는 자리로 걸어가 탁자 뒤켠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달라이 라마의 시봉을 드는 수도승 팔조르

가 아침식사를 쟁반에 받쳐 들고 들어왔다.  그는 달라이 라마 옆

바닥에 있는 낮은 방석 위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따뜻한 보온병2

개, 보리죽이 담긴 커다란 유리 대접, 두껍게 썬 토스트 접시, 그

리고 잼과 버터가 있었다.

  달라이 라마는 천으로 된 냅킨을 무릎에 두르고, 제법 큰 보리

죽 대접을 집어들었다.  그는 왼손으로 그릇을 잡고 오른손으로 한

숟가락 크게 떴다.  그리고 그걸 입술 가까이 대고는 잠깐 동안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