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외모를 장점으로 바꿔놓은 한 마디
나도 언젠가 입사시험 면접관으로 들어갔던 적이 있다. 많은 지원자
들 가운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누가 봐도 외모가 많
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을 게 뻔했다. 면접관들의 아미그달라는 '저런 얼
굴로 감히 ···'라는 '불쾌' 신호를 켜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
하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제 첫인상을 보시고 실망하셨죠? 저런 얼굴로 어떻게 감히 방송국에
지원하나 하고요. 첫인상은 타고난 거라 저도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끝
인상만큼은 책임질 수 있습니다.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 뒷바라지가 필
요한 일, 끝 인상을 책임질만한 일은 무조건 자신 있습니다."
나는 속으로 감동했다. 그녀는 그 몇 마디로 면접관들의 '불쾌' 신호
를 일거에 꺼내버렸다. 그런 다음 자신의 외적인 약점을 상쇄시키고도 남는
내적인 장점을 언급했다. 이것이 약점을 장점으로 뒤바꿔놓는 마술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당당히 합격했고, 지금도 그 부서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약점은 숨기려 들면 오히려 더 커 보인다. 반면 스스로 드러내면 솔직
해 보일 뿐 아니라 강점으로 둔갑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약
점을 보완해주는 관련된 장점을 언급해줘야 한다. 약점과 무관한 장점은
언급해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더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어느
음식점의 다음 세 가지 광고 중 어느 게 가장 마음에 드는지 생가해보라.
1. "우리 음식점은 최고의 인테리어와 최신 냉난방 설비를 갖추고 있
습니다. 분위기도 아늑합니다."
2. "우리 음식점은 최고의 인테리어와 최신 낸난방 설비를 갖추고 있
습니다. 하지만 전용 주차장이 없어서 주차가 불편할 수는 있습
니다."
3. "우리 음식점은 전용 주차장이 없을 만큼 공간은 작습니다. 하지
만 작은 데서 오는 특유의 아늑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광고는 자랑만 늘어놓아 신뢰가 가지 않는다. 반면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스스로 약점도 함께 언급해 솔직해 보인다. 두 번째 광고를 다
시 보라. 장단점을 동시에 언급했지만, 장점과 단점 간에 아무런 관련성
이 없다. 단점을 상쇄시키는 관련된 장점이 없다. 이번엔 세 번째 광고를
보라. 단점을 거론한 뒤 그 단점과 관련된 장점, 즉 단점을 상쇄시키는 특
징을 함께 거론했다. 그래야만 단점이 장점이 된다.
실제로 사회과학자인 보너(Gerd Bohner) 박사가 조사해보니 사람들은
세 번째 광고가 가장 호소력 있다고 대답했다. 왜 그럴까? 음식점에 가고
싶어하는 고객의 관점에서 그 음식점의 단점을 보면 아미그달라에 "불
쾌' 신호가 켜진다. 하지만 그 단점을 보완해주는 관련된 장점을 보면 불
쾌 신호가 해제되면서 호감을 갖게 된다.
"흠, 음식점이 작긴 하지만 작아서 오히려 아늑하군."
그럼 같은 물건을 경쟁사보다 30퍼센트나 더 비싸게 팔아야 하는 상
황이라면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1. "사실 이 신제품은 기존제품보다 30퍼센트나 더 비쌉니다. 하지만
훨씬 빠르고 공간도 덜 차지하죠."
2. "사실 이 신제품은 기존제품보다 30퍼센트나 더 비쌉니다. 하지만
내구성과 전기사용량을 따지면 비싼 비용을 뽑고도 남죠."
정답은 당연히 2번이다. 비용에 관한 단점을 언급했으면 역시 비용에
관한 장점을 언급해야만 고객의 아미그달라에 켜진 불쾌 신호를 해제시
킬 수 있다. 개인적인 실수도 마찬가지다. 실수를 어물어물 덮어버리려
들면 실수가 더 커져 보인다. 그보다는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실
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면 실수가 오히려 재산이
된다.
ㅡ김상운《왓칭 신이 부리는 요술》중에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