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의향기 2012. 12. 4. 10:35

 

 

살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간단한 기도 몇 구절을 중

얼거리고 나서 라디오를 껐다.

  방석에서 일어난 달라이 라마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삼 면이 유

리로 된 넓직한 거실로 걸어갔다.  그 방은 2층의 절반 이상을 차

지하고 있었다.  커다란 자주색 부겐빌리아 넝쿨이 건물 외벽에 드

리워져 있어서 방안으로 흘러들어오는 늦은 아침 햇살을 부드럽

게 막아 주었다.  달라이 라마는 구석으로 가서, 불교 경전 더미가

쌓여 있는 낮은 탁자 뒤의 방석에 앉았다.

  그 근처에는 독일인 신도가 선물한 최신형 러닝 머신이 있었다.

그 운동 기계는 옹이가 울퉁불퉁한 나무 둥치로 조각한, 윤기나게

칠을 한 불상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나는 그 독특한 불상을 금방

알아보았다.  그것은 대만 총통 천수이벤이 보낸 선물이었다. 총통

이 티베트 지도자에게 그것을 선물할 때,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운동을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를

보듯이, 달라이 라마가 불상을 응시하면서 러닝 머신을 사용하기

로 결정을 내린 것인지 궁금했다.

  달라이 라마는 경전을 읽으면서 이따금씩 낱장으로 된 페이지

위에 메모를 했다.  약 20분 뒤, 그는 일어나서 방 반대편 구석에

있는 팔걸이 의자로 옮겨 갔다.  나는 따라가서 옆에 놓인 등받이

의자에 말없이 앉았다.

  달라이 라마가 불숙 말했다.

  "때때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1958년 여름, 귀중한 사리

들이 라싸에 있는 사원의 불상 자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나는 보

고를 받았고, 사리 일부를 여름 궁전에 있던 내게로 보내졌습니

다.  난 약간 의심이 갔지만,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었

습니다.  그 당시 그 불상을 관리하던 승려는 늙고 뚱뚱했는데, 성

격이 의심스러웠습니다.  우린 그에 대해 항상 농담을 하곤 했지

요.  그래서 난 의심스러운 나머지 관리 한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

관리는 사리들이 나타난 장소를 흰 스카프로 덮어 봉인을 했습니

다.  며칠 뒤 내가 그곳을 방문해 봉인을 열어 보니, 불상이 놓인

자리의 갈라진 틈새에 많은 사리들이 있었습니다.  난 그것이 하나

의 징조하고 생각했습니다.  작별의 선물 같은 것, 그로부터 몇 달

뒤인 1959년 3월에 우린 티베트를 떠났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내가 물었다.

  "그 사리들은 어떤 모양이었나요?"

  "희고, 작고, 둥근 알약 같았어요.  아주 많았습니다.  거의 머그

잔으로 가득 찰 정도였어요."
  그는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규칙적으로 염주를 돌리며 창 밖

을 응시하더니, 문득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지난 몇 해 동안 당신은 여러 차례 이곳으로 나를 찾아왔습니

디.  나와 함께 많은 곳을 여행하기도 했구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신은 내게 질문을 했습니다.  때로는 매우 어리석은 질문

도 ······."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는 한바탕 소리내어 웃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이제 내가 당신에게 몇 가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나는 너무도 놀랐다.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

다. 이것은 대본에 없던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 준비도 안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