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해탈의향기 2013. 5. 30. 19:18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1903∼1950)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