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부자라도 내 맘대로 안되는 게 사람이요, 그중 자식만큼 말 안 듣는 이도 없다. 요즘 들어 아이들이 게임 중독, 학습 부진, 등교 거부 등 다양한 이유로 정신 건강 의학과 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이 문제들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불편한 집안 분위기' 다. "등잔 밑이 어둡다." 라는 말처럼 문제의 진원지 대부분이 피시방이나 학교가 아닌 '집' 임을 매번 면담으로 확인한다. 집을 배불리 먹고 자는 곳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등 따습고 배부른데 무엇이 불만인지 답답해하는 부모는 늘 이 지점에서 헤맨다. 우선 마음속에 자리 잡은 '집' 의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단순한 물리적 만족이 아닌 정서적 굶주림을 채울 수 있는 곳으로 가꿔야 한다. 정서적으로 채워지지 않으니 피시방에 가서 게임이나 채팅을 하고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지는 것이다.
물론 부모 노릇이 쉽지는 않다. 우리가 전 세대로부터 정서적인 편안함을 받아 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매일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전 세대가 했던 실수를 또다시 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부모 역할에 대한 고민을 떨치라고 말한다. '부모의 자격' 에 집착하면 불안이란 녀석이 튀어나와 자녀와의 사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하는 게 좋을지, 꾸중을 많이 하는 게 좋을 지, 심지어 이 둘의 황금 비율을 묻는 부모가 많다. 내 답은 "그때그때 달라요."다. 소통이 잘되면 칭찬이냐, 꾸중이냐 하는 방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칭찬할 건 칭찬하고 꾸중할 건 꾸중하면 된다. 중요한 건 아이의 정서와 공감 하려는 태도다.
적절한 반응을 하는 부모의 태도야말로 진정한 교육이자 양육이요, 성장의 원동력이다. 불안하니까 칭찬하고 불안하니까 꾸중해서는 안 된다. 불안이 커지면 잡생각이 많아지고 정답보다 오답으로 갈 확률이 높다. 인간관계는 감성 대 감성의 만남, 다시 말해 교감이다. 자녀 역시 사람이기에 소통을 잘하려면 내 마음부터 챙겨야 한다. 스스로에게 관대해야 한다. 양육은 양보다 질이다. 내가 행복한 것이 양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다. 부모가 모든 걸 희생한다고 아이가 잘 자라 주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아이 마음이 불편하다면 내 마음도 그런 것은 아닌지 먼저 점검해 보자.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ㅡ《좋은 생각》중에서 ㅡ
'좋은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나는 이렇게 늙고 싶다 / 정진홍 (0) | 2013.06.16 |
---|---|
[스크랩] 우리가 사랑에 힘들어 하는 것은 (0) | 2013.06.15 |
김영훈의 생각줍기··· (0) | 2013.06.04 |
기대와 결의 (0) | 2013.06.03 |
김영훈의 생각줍기 (0) | 2013.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