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불안하니까 꾸중한다

해탈의향기 2013. 6. 9. 18:39

 

 

                          

 

 

  제아무리 부자라도 내 맘대로 안되는 게 사람이요, 그중 자식만큼 말 안 듣는 이도 없다.  요즘 들어 아이들이 게임 중독, 학습 부진, 등교 거부 등 다양한 이유로 정신 건강 의학과 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이 문제들에 공통점이 있다.  바로 '불편한 집안 분위기' 다.  "등잔 밑이 어둡다." 라는 말처럼 문제의 진원지 대부분이 피시방이나 학교가 아닌 '집' 임을 매번 면담으로 확인한다.  집을 배불리 먹고 자는 곳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등 따습고 배부른데 무엇이 불만인지 답답해하는 부모는 늘 이 지점에서 헤맨다.  우선 마음속에 자리 잡은 '집' 의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단순한 물리적 만족이 아닌 정서적 굶주림을 채울 수 있는 곳으로 가꿔야 한다.  정서적으로 채워지지 않으니 피시방에 가서 게임이나 채팅을 하고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지는 것이다.

 

  물론 부모 노릇이 쉽지는 않다.  우리가 전 세대로부터 정서적인 편안함을 받아 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매일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전 세대가 했던 실수를 또다시 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부모 역할에 대한 고민을 떨치라고 말한다.  '부모의 자격' 에 집착하면 불안이란 녀석이 튀어나와 자녀와의 사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하는 게 좋을지, 꾸중을 많이 하는 게 좋을 지, 심지어 이 둘의 황금 비율을 묻는 부모가 많다.  내 답은 "그때그때 달라요."다.  소통이 잘되면 칭찬이냐, 꾸중이냐 하는 방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칭찬할 건 칭찬하고 꾸중할 건 꾸중하면 된다. 중요한 건 아이의 정서와 공감 하려는 태도다.

 

  적절한 반응을 하는 부모의 태도야말로 진정한 교육이자 양육이요, 성장의 원동력이다.  불안하니까 칭찬하고 불안하니까 꾸중해서는 안 된다.  불안이 커지면 잡생각이 많아지고 정답보다 오답으로 갈 확률이 높다.  인간관계는 감성 대 감성의 만남, 다시 말해 교감이다.  자녀 역시 사람이기에 소통을 잘하려면 내 마음부터 챙겨야 한다.  스스로에게 관대해야 한다.  양육은 양보다 질이다.  내가 행복한 것이 양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다.  부모가 모든 걸 희생한다고 아이가 잘 자라 주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아이 마음이 불편하다면 내 마음도 그런 것은 아닌지 먼저 점검해 보자.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ㅡ《좋은 생각》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