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은 수십 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
였다.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산과 바다로 피서를 떠나는 것
을 보았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떠나고 난 자리가 어떠할까
걱정이 앞선다.
대부분의 피서객들이 떠난 후에 남기는 쓰레기 때문에 우
리의 강산은 병들어 가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누
리고 있는 우리는 왜 그런 것에 무감각한 것인가.
자연을 훼손하고 나면 다시는 순수한 상태로 되돌릴 수 없
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잊는다.
우리 집 근처에 신접리라는 마을이 있다.
그곳은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백로와 왜가리 떼의 서
식지이다.
봄이면 바다 건너 수만 리를 날아와 집을 짓고 알을 품는
다. 비바람을 견디고 새끼를 낳아 그들을 훈련시켜서 모두 함
께 가을이 되면 장관을 이루며 떠나는 모습.
올해는 웬일인지 그 서식지에 그들의 자취가 없다.
예년에 수없이 많은 백로가 나뭇가지에 가득히 내려앉아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이른 봄 목련나무에 꽃봉오리가
터지기 전의 모습처럼 아름다웠는데 ·····.
썰렁한 그들의 터전을 보며 우리들 탓이 아닐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작년에 너무 농약을 많이 쳐서 먹이가 없어진 건 아닐지?
하얗게 하늘을 메우며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와 앉아
있던 장관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걱정하고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하는
적극성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장마가 다가올 때가 되면 우리는 수많은 개미 떼의 이동을
볼 수가 있다.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큰비가 내린다.
백로가 오지 않는 이유가 올 여름은 한국 땅이 유달리 더
울 것을 직감으로 미리 알고 임시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
것이기를, 영영 이곳을 포기한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내년 여름에는 그 아름다운 옛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예감은 아무래도 씁쓸하다.
ㅡ 원정《침묵의 깊은 뜻을 마음으로 보게나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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