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수 한
백중을 회향하고 난 후,
머물던 사찰에서 하산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의 휴식시간을 갖은 다음 아는 분의 부탁으로 지리산에 있는 모 사찰에 가게 되었다.
서울서 새로 부임해 온 주지스님이 불사를 진행하고 계시는데 공양주가 없어서 고생이 많으시니
공양주가 올 때까지만 공양간 일 좀 봐달라는 간곡한 청이었다.
지리산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 있는 사찰에 가게 된다는 자체만으로 나는 가슴이 설렜다.
한많은 역사를 간직한 지리산은 영기로 충만했으며,
생각보다는 너무나 맑고 강한 기운이 넘쳐흘렀다.
그리고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행승이 많이 머물고 있는 곳이 지리산이라고 한다.
지리산에만 천명의 수행자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남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진정한 어머니의 자애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훌륭한 보살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은 지리산만큼이나 맑고 포근했으며 인자했다.
주지스님을 따라 서울서 봉사하러 오는 보살님이셨다.
한 눈에 봐도 덕이 넘치는 얼굴,
전생뿐만 아니라 이 생도 참으로 잘 살아왔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그 보살님은 나와 차를 마시며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해 주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시기라도 한 것일까?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내셨다.
"저는 한평생 부처님 안에서 살아 왔습니다.
꿈을 꾸어도 부처님 안에서의 꿈이고 현실의 삶에서도 늘 부처님을 품고 살아 왔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왔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인생에서 장애라는 것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남편도 자식들도 장애라는 것이 없었지요."
"오우...그래요? 복받은 삶이네요."
"전 남편과 한 번도 싸워 본적도 없으며 남편이 제 맘에 들지 않는 게 없었답니다."
"대단하시네요...그렇게 살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요."
"전 보통의 여자들이 남편으로 인해 하는 고민같은 것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아니 머리 속에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답니다.
그저 늘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제 삶에 충실했고, 열심히 수행했고 봉사하며 살았어요.
친구들과 어울려서 골프치고 하는 것이 전 참으로 재미가 없었어요.
무의미 하구요.
우리가 부처님 법을 만났다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하잖아요?
그리고 부처님의 은혜를 입었다면 마땅히 부처님의 정법이 이 세상에 펼쳐지도록
힘 닿는데까지 부처님 일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딘가에는 씨를 뿌려야지요.
서울에 다니던 절에는 저 말고도 봉사할 사람이 수두룩하지만,
이곳에는 봉사할 사람이 드물잖아요.
그래서 힘들지만 어려운 절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곳에 와서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훌륭하신 스님이 원력을 갖고 기울어가는 사찰을 다시 일으키겠다고 노력하시는데 도와야지요.
좋은 조건의 도량을 마다하고 이 힘들고 낙후한 사찰로 자청하여 오신 분입니다.
조건 좋은 사찰은 당신이 할 일이 없어서 싫다구요.
이 곳에서 당신의 원력을 펼치고 싶으시답니다.
이런 분을 돕지 않고 어떤 분을 돕겠습니까.
이 곳에다 저도 씨를 뿌리려 합니다.
그렇게 살다 가야지요."
참으로 훌륭한 보살님이었다.
얼마든지 편하게 사실 수 있는 조건을 갖추신 분인데도
그 편한 삶을 마다하고 일주일에 2.3일은 그 사찰에 와서 뼈빠지게 일을 하였다.
잠시도 쉬는 적이 없었다.
진정한 회향의 삶을 살고 계시는 보살님,
이런 분들이 있어 세상이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종가집 맏며느리라는 보살님은 후덕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그 분의 삶이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그 분 앞에서 나는 자꾸 작아지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그 분의 다음 생이 어떠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보살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어디선가 국화꽃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국화꽃 같은 보살님,
그 분의 향기는 국화꽃이었다.
그리고 그 사찰은 국화꽃나무가 많았으며 또 가을엔 국화꽃 축제를 한다고 하였다.
시월의 어느 날,
시간이 된다면 국화꽃 축제할 때 다시 그 사찰을 찾고 싶다.
그리고 그 분과 국화꽃 차를 한 잔 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소박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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