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두막에 아침부터 까치가 와서 지저귀고 있다. 개울가 미루
나무에 둥지를 짓고 사는 까치인데, 이 까치가 없었다면 한겨울 오
두막 둘레는 좀 적막할 뻔했다. 같은 까마귀과에 딸린 새인데도 까
치와 까마귀는 그 소리와 생김새며 우리에게 주는 인상이 전혀 다
르다.
까마귀는 그 모습도 어두워 좀 흉물스럽지만, 지저귀는 소리가
역겨워 흔히 흉조로 친다. 지붕 용마루에 앉아 까마귀가 울면그 집
에 무슨 흉사가 있을지 은근히 두려워한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들의 고정관념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길흉에
상관없이 흔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인도에는 어디를 가나 까마귀떼
가 이른 아침부터 극성스럽게 소란을 피운다. 늦잠꾸러기들은 이
까마귀들 때문에 잠을 방해받을 만큼 아주 시끄럽다. 50년대 초 내
가 흑산 홍도에 드나들 때도 이 까마귀떼들이 극성스러웠다. 담장
위에 널어 말리는 생선을 물어가기는 일쑤이고, 심한 경우는 코흘
리개들이 손에 들고 있는 고구마 같은 것을 날쌔게 채어가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반 고호가 생애의 마지막을 보낸 파리 서북쪽 오베르쉬르와즈에
가면, 그의 충직한 동생 테오와 나란히 묻힌 묘가 담쟁이덩굴에 덮
여 있다.
그 묘지 너머는 드넓은 농경지인데, 내가 갔을 때는 초겨울이라
베어낸 밀포기만 썰렁하게 남아 있었다. 석양에 비낀 그 들녘에 때
마침 수많은 까마귀떼들이 몰려와 선회하는 모습은 마치 고호의 그
림을 연상케 했다.
까치는 그 생김새도 산뜻하고 날렵할 뿐 아니라 소리도 듣기 좋
고 해충을 잡아먹는 익조(益鳥)다. 이 까치는 우리나라의 국조(國
鳥)로 아침에 집 앞에 와서 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내 오두막에는 찾아올 반가운 손님은 없다. 그렇지만
아침부터 까치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푸근하고 넉넉해
진다.
ㅡ 법정《버리고 떠나기》중에서 ㅡ
'축구 64년만의 2대0 승리'
새벽에 까치가 와서 지저귀고 있다.
올림픽 최초의 동메달 승전보를 전하러 왔나 봅니다.
박주영의 선재골, 구자철 승리골, 홍명보의 카리스마
태극전사들이여 이승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그대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오늘따라 까치소리가 유난히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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