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용 서

해탈의향기 2012. 10. 2. 10:25

 

                  불교도들의 가장 중요한 순례지인 독수리봉으로 이

               어지는 가파른 오솔길을 힘겹게 오르는 동안, 다섯 명

               의 인도 출신 닌자들이 달라이 라마 주위에 인간 방패

를 만들었다.  인도 군대의 엘리트 부대 소속인 이 노련한 특공대

원들은 검은색 일색의 옷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소매가 긴 무명

셔츠에, 머리에는 검은색 스카프를 두르고, 바지는 주름 하나 없

이 완벽하게 다림질된 상태였다.  또 다른 스카프로 은행 강도처럼

얼굴 아랫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각자 자동 화기를 소지하고 있었

고, 특별히 훈련된 두 명의 사격수는 정밀 조준기가 달린 총을 어

깨에 둘러메고 있었다.  무기가 아니더라도, 어깨가 떡 벌어지고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는 데다 눈에 띄게 단단한 체격을 갖춘 남

자들의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카키색 군복에 파란색 베레모를 쓴 더 많은 병사들이 그 뒤를

이었다.  달라이 라마가 인도에서 이토록 삼엄한 보호를 받는 것을

본 것은 나로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티베트 지도자가 이 나라에

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무정부 상태인 비하르의 외딴 순례지를 방

문하는 일은 확실히 매우 드문 사건이었다.  담당자들은 어떤 불미

스런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가느다란 나무 지팡이에 신중하게 몸을 의지한 채 달라이 라마

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산을 올랐다.  이따금 인도인 경호원들

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말없이 혼자 걸었

다.  정상까지 4분의 1 지점에 다다랐을 때, 그는 겉에 두른 밤색

장삼을 벗어 수행원인 포충에게 건네주었고, 포충은 그 법의를 조

심스레 사각으로 접었다.  한 지점에 이르러 달라이 라마는 길에서

몇 걸음 벗어나 산기슭으로 파고든 작은 명상 동굴 하나를 찾아냈

다.  2,500년 전 붓다의 제자 중 한 명이 그곳에 은둔하면서 명상

수행을 했다고 했다.

  독수리봉 정상에 도착했을 무렵, 달라이 라마는 땀으로 흠뻑 젖

어 있었다.  그는 승복 안쪽으로 손을 넣어 얇은 화장지 한 장을 꺼

내서는 이마와 얼굴의 땀을 닦았다.  여느 때처럼 텐진 타클라가

약간 머리를 숙이고 다가와 그 더러워진 화장지를 건네 받으려 한

손을 내밀었지만, 달라이 라마는 화장지를 접어 다시 품안에 집어

넣었다.

  독수리봉 정상은 세 방향에서 거칠게 돌출한 바위들이 에워싸

고 있어서 겨우 손수건 한 장 넓이만한 공간뿐이었다.  네번째 방

향으로는 칼날처럼 깍아지른 비탈이 골짜기 아래로 가파르게 떨

어져 내리고 있었다.  허리 높이까지 오는 U자 모양의 벽돌담이

그 손수건 넓이의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고, 담 위에는 불교도들이

바친 수많은 양초들이 놓여 있었다.

  삼배를 마친 뒤, 달라이 라마는 봉우리 가장자리로 걸어가 보드

가야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 거리인 라즈기리의 평평한 골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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