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용 서

해탈의향기 2012. 10. 24. 18:48

 

 

었다.  텐진 타클라는 서류가 가득 든 서류철을 들고 멍하니 사원

마당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 서류철 속에는 일상적인 보고, 티베

트 내각과 비서실에서 온 전문들, 달라이 라마의 긴급 결재가 필

요한 결정 사항들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와의 어떤

만남, 어떤 접견, 어떤 강연도 다 뒤로 미루어졌다.

  달라이 라마가 방안에 은둔해 있는 동안, 20만 명의 순례자들

이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그 작은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들 모두

는 달라이 라마를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어했으며, 칼라차크라

입문 행사가 시작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동 화기를 든 네 명의 인도인 닌자 경호원들이 입구를 통과

해 칼라차크라 입문 행사가 열리는 구역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

어갔다.  그들이 머리에 두른 검은색 스카프가 뒤로 흩날렸다.  흰

색 앰배서더 자동차가 달라이 라마를 태우고 천천히 그 뒤를 따랐

다.  차가 멈추고 티베트 지도자가 밖으로 걸어나왔다.  나는 열흘

동안 그를 보지 못했으며, 그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50

대 중반으로 여겨지던 건장한 남자 대신, 그는 이제 어느 모로 보

나 67세의 노인으로 변해 있었다.

  어깨를 평소보다 더 굽히고서 달라이 라마는 자신을 위해 깔아

놓은 노란색 양탄자 ㅡ 노란색 무명천으로 둘레를 장식한 붉은색

양탄자 ㅡ 위를 힘들게 걸어갔다.  수도승들과 티베트 관리들이 향

묶음을 피워 들고 서 있는 영접장에 다다른 그는 창백한 오른쪽

뺨을 집게손가락으로 긁더니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승려에게 무슨

말인가를 했다.  내 추측에 그는 자신이 말라 보이는가를 묻고 있

는 것 같았다.  그의 체중이 많이 줄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

었다.  양쪽 뺨의 오목한 부분이 훨씬 더 들어가 보이고, 눈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가 내 앞을 지나갈 때, 그의 얼굴은 일시적인 미

소로 약간 주름이 졌다.  하지만 나는 그가 평소 때처럼 손을 들고

 인사를 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달라이 라마는 모래로 그린 만다라(붓다와 보살들을 배치한 그림으

로 우주의 진리를 표현한 것)가 모셔져 있는 작은 칼라차크라 법당을

지나 넓은 무대 위로 걸어나갔다.  티베트 불교의 네 학파 모두에

서 온 최고의 승려들로 구성된 4백 명의 수도승들이 참을성 있게

그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에 앉은 유일한 서양인인 은발

의 배우 리처드 기어도 마찬가지였다.  이틀 전, 달라이 라마가 칼

라차크라 행사장에 잠깐 모습을 나타내리라는 발표가 있자, 보드

가야 너머까지 흥분의 물결이 일었다.  무대 아래에서는 수많은 신

문기자들과 텔레비전 관계자들이 병든 티베트 지도자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여남은 명의 환생 라마승들과 함께 어린 양시 린포체도 앞줄에

앉아 있었다.  달라이 라마는 그 손녀에게로 걸어가 머리를 쓰다듬

었다.  달라이 라마가 자신의 자리로 가기 위해 목조 계단을 오르

기 시작하자, 여러 개의 손이 달려들어 균형을 잃지 않도록 그의

팔을 부축했다.  땅딸막한 승려 한 명이 얼른 계단 맨 위로 올라가

쇠약해진 달라이 라마를 말 그대로 위로 끌어올리다시피 했다.

  티베트 지도자는 몹시 불안정한 자세로 두꺼운 방석 위에 올라

섰다. 그는 두 손을 합장하고서 앞에 모인 어마어마한 군중을 향

해 엄숙하게 절을 했다.  히말라야 전역과 아대륙 인도에서 온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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