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혜능은 절집안 방앗간에서 방아찧던 행자였다. 배운 바 없어 글씨를 쓸 줄 몰랐으니 스승인 오조 홍인스님의 방 문 앞 바람벽에 문자 아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받아 쓰게 한 시가 위의 글이다.
<보리의 나무란 본래 없는 것이니 밝고 맑은 거울에 무슨 틀이 있다는 말인가 본래 한 물건도 없음인데 어디에 티끌 먼지 묻을 것인가>
육조혜능선사게 六祖慧能禪師偈
보리본무수 菩提本無樹
명경역비대 明鏡亦非臺
본래무일물 本來無一物
하처야진애 何處惹塵埃
여공 如恭
육조단경, 위 글은 선가귀감 본.
한밤중 인기척에 잠 들지 못한 홍인 스님이 가만 나가보니 아직 오계도 받지 못한 노씨 성을 가진 방앗간지기 혜능행자가 나가는 것이 보였다. 홍인스님은 얼른 댓돌 위의 신발을 들어 혜능이 읊은 위의 글을 지워버렸다. 이미 느끼고 깨달은 바 대로 글을 지어 바치라는 홍인스님의 말에 사중의 모든 스님들이 신수스님의 눈치만 보고 있을 때였다.
신수스님은 홍인스님의 맏제자로 그 때 신수는 사중의 스님들을 가르치는 교수사였다. 한 사람은 학인스님들의 교수사이고 또 한 사람은 글씨도 쓸 줄 모르는 방앗간지기였으나 두 사람의 운명이 두바뀔 때가 온 것이다.
신수는 스승의 방문 앞 바람벽에 <마음은 거울과 같아서 부지런히 갈고 닦아야 한다>는 글을 적어 스승 홍인스님으로부터 이제 도의 문을 보았다는 소리를 들은 처지였다. 그 소리란 것이 법을 물려줄 제자가 없는 형편이었을 때는 가능한 것이었지만 물려줄 제자가 생긴 것이라면 홍인스님의 생각은 철회되어야 마땅했다.
오조 홍인스님은 밤 깊은 때 혜능행자를 찾아 불러 앉히고 법을 인가하는 징표로 가사장삼과 발우를 주어 멀리 떠나가게 하였다. <십년 안에는 법을 펴지 말아라> 이 것이 홍인스님이 제자에게 주는 마지막 말이었다.
한밤중에 스승이 물려준 법을 들고 도망가는 혜능행자의 등 뒤에는 신수가 보낸 칼 든 사람들이 쫓고 있었다. 목숨이라도 부지하고자 가진 것을 모두 내놓으려 할 때 칼 든 사람은 '아니오. 나는 그대를 헤치고자 함이 아니오. 그대로 빨리 가시오.' 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도 나중에 혜능스님의 법제자가 되었다.
'나의 부처님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법문 (0) | 2012.11.07 |
---|---|
[스크랩] 절을 기차게 잘하는법 동영상-불광사 (0) | 2012.10.29 |
군 복무와 개인발전 (0) | 2012.10.03 |
감사와 진실 (0) | 2012.10.02 |
군인과 자아 (0) | 2012.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