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용 서

해탈의향기 2012. 11. 7. 16:42

 

 

만 그의 체중이 많이 줄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1월과 2월

내내 침대에 누워 지낸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

다.  몇 시간 후면 나는 그와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

다.  그의 병에 대해 묻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날 오후 접견실에 들어선 나는 락도르와 함께 가리 린포체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랍고도 반가웠다.  티베트 지도자의 막내

동생인 그는 내가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나눌 때마다 늘 참석하지

는 않았지만, 달라이 라마의 요청으로 합석할 때면 능수능란한 유

머 감각으로 내 긴장을 풀어 주곤 했다.  잠시 후 달라이 라마가 평

소처럼 정확한 시간에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팔걸이 의자에 앉

아 기대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질문을 시작했다.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그가 대답했다.

  "아주 좋습니다.  뱃속에 가스가 차서 좀 문제지요."

  가리 린포체가 거들었다.

  "복부 팽창 때문에 가스가 많아진 겁니다."

  달라이 라마가 말했다.

  "가스가 많아지면 어떤 때는 약간 아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걷

는 데는 아무 문제 없어요."

  나는 그가 평소처럼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는 대신 팔걸이 의자

끄트머리에 엉덩이만 걸치고 앉아 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

의 영어 또한 눈에 띄게 단문이었다.  나는 우리가 나란다 대학 유

적지와 독수리봉을 순례한 뒤에 달라이 라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특히 궁금했다.

  그는 자동차 행렬이 파트나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배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공처럼 몸을 둥글게

말아야만 했다는 것이다.  좀더 편안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 그는

방향을 바꿔가며 차의 문짝에 몸을 기대기도 했다.  하지만 마침내

포기하고 왼쪽 좌석 팔걸이에 머리와 어깨를 올려놓고 길게 누웠

다.  차가 울퉁불퉁한 도로 표면을 지날 때마다 몸 전체에 몹시 고

통스러운 진동이 전해졌다.  에어컨이 가장 세게 틀어져 있는데도,

그는 눈을 감은 채로 비오듯 땀을 흘렸다.

  달라이 라마와의 이 대화에 앞서 나는 티베트 지도자의 여행 세

부 일정을 관리하고 있는 부티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나란

다 유적지에서 파트나까지의 자동차 여행 중에 일어난 일에 대해

듣고 싶었다.  부티아는 인도에서 달라이 라마의 많은 여행에 동행

했었다.  하지만 그는 달라이 라마가 그토록 심하게 괴로워하는 것

을 본 적이 없었다.  가벼운 설사병이나 감기에 걸린 적은 있었지

만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차 안에서 달라이 라마는 병든 개처럼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파트나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부티아는 앞서 가는

경찰 호송 차량에게 무전기로 이 상황을 알렸다.  자동차 행렬은

사이렌을 울리고 라이트를 번쩍이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0

대가 넘는 이 이상한 차량 행렬이 지나갈 수 있도록 자동차와 화

물차들이 도로 옆으로 비켜섰다.  차가 속도를 높이자 도로의 울퉁

불퉁한 부분에서 오는 충격이 다소 줄어들었고, 달라이 라마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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