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스크랩] 통도사 누룽지

해탈의향기 2012. 11. 26. 10:00

 

 

통도사 누룽지

<조용헌>

 

 

팔도를 다니면서 누룽지를 먹어보니 양산의 통도사 누룽지가 명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통도사에서는 누룽지를 별도로 가로 25㎝ 세로 18㎝ 크기의 박스로 포장해서 외부의 손님들에게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그 누룽지 박스에는 '영축총림 통도사'라는 로고(?)도 박혀 있다. 통도사 누룽지는 646년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절을 창건할 때부터 만들어 왔다고 보면, 올해로 1367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닌 전통식품이다.

누룽지를 제조하는 공양간(부엌)에는 커다란 무쇠솥 3개가 부뚜막에 걸려 있다. 솥단지 1개는 250명분의 밥을 할 수 있는 크기이다. 평소에는 솥을 1개만 쓰지만 대중행사가 있을 때에는 솥 3개를 모두 가동한다. 누룽지가 맛있는 이유는 무쇠 솥에 소나무 장작으로 직접 불을 때서 밥을 하기 때문이다. 철분과 소나무의 불기운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밥하는 스님은 3명이 있다. 직급이 가장 낮은 공양간 행자는 청소만 담당한다. 바닥을 쓸고 장작을 마련하고 쌀을 조달하는 일만 한다. 6개월간 이 일을 하면 한 직급 승진한다. 승진하면 하반두(下飯頭) 직책을 맡는다. 하반두는 아궁이에 불을 때는 일, 솥단지 안을 청소하는 일을 담당한다. 쌀을 씻고 물에 불리는 일도 소임이다. 역시 6개월이다. 공양간의 최고 책임자가 상반두(上飯頭)이다. 언제 아궁이에 불을 넣고, 언제 불을 뺄 것인가를 판단한다. 뜸을 들일 때는 공양간에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 있다, 김이 나오는 색깔을 살핀다. 고소한 냄새가 나면서 색깔이 약간 노릿해지는 기미가 있으면 그 순간에 하반두에게 아궁이의 불을 완전히 빼라고 지시한다. 물의 양과 불의 강도를 조절하는 일이 상반두의 내공에 해당한다.

통도사에 상주하는 스님은 130명 정도, 일반인이 120명 정도 된다. 하루 세끼 250명의 밥을 매일 해야 한다. 누룽지의 맛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도 상반두의 '권력'이다. 화력이 솥단지에 골고루 분배되고, 화력의 강약에 따라 맛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원로 스님도 누룽지 생각이 나면 공양간 책임자인 상반두에게 '오늘은 누룽지 맛 좀 내 주시게나'하고 특별히 부탁을 하기도 한다. 밥과 죽의 중간 형태인 누룽지는 한국의 독특한 전통음식이다.

 

출처 : 원철스님과 문수법회
글쓴이 : 붓다홀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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