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용 서

해탈의향기 2012. 6. 28. 07:07

 

                새벽 4시 정각에 알람이 울렸다.  나는 안도하며 알

              람을 껐다.  전날 시장에서 산 그 여행용 시계가 제대

             로 작동할지 걱정했었다.  전에 샀던 인도제 시계들에

             실망한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급히 옷을 입고 카메라 장비를 챙겨 배낭 여행자 숙

소를 나섰다.  바깥쪽 히말라야인 다울라다르 산의 어슴푸레한 윤

곽이 다람살라의 야트막한 구릉지대 너머로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방은 고요했다.  마을이 잠에서 깨어나려면 아직 두 시

간은 더 지나야 했다.  인적이라곤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나

는 빠른 걸음으로 작고 텅 빈 버스 정류장 앞을 지나, 달라이 라마

의 처소를 향해 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달라이 라마의 비서실장 보좌관인 텐진 타클라가 사택 정문에

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소매 셔츠에 긴 회색 바지를 입은 그

는 이른 시간인데도 충분히 잔 사람처럼 편안해 보였다.  나는 약

간 당황하고 있었다. 서늘한 기온에도 불구하고 셔츠가 땀에 젖어

불편하게 등에 달라붙었다.

  내가 사과의 인사를 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게 해서 죄송합니다."

  잘생긴 30대 남자 텐진이 살짝 미소를 지으면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저는 달라이 라마께서 새벽 명상을 하실 때 옆

에 있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저에게도 드문 영광인걸요."

  나는 한 해 전인 1999년부터 우리가 공동 집필하는 책을 위해

달라이 라마와의 특별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아침 일찍

그를 접견하도록 허락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대여섯 명의 인도 병사들과 두 명의 티베트 인

경호원이 사택 입구 주위를 순찰하고 있었다.  텐진은 나를 데리고

곧바로 커다란 철제 문으로 들어갔다.  나는 놀랐다.  비록 지난 1

년 동안 여러 차례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나눔으로써 유명 인사가

되긴 했지만, 나는 언제나 일련의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만 했고

티베트 경호원들의 철저한 몸수색을 받아야만 했었다.  모든 방문

자가 이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예외는 없었다.

  그런데 이 아침, 나는 보이지 않는 선을 넘은 듯했다.  적어도 이

제 나는 티베트 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신뢰받는 몇 안 되는 달라

이 라마의 막역한 친구 중 한 사람이 된 것이다.  숨긴 무기가 없는

지 수색당하지 않고 달라이 라마의 사적인 공간에 들어가도록 허

락을 받은 것이다.

  나의 기억은 1972년 3월, 처음으로 이 똑같은 문을 걸어들어갔

을 때의 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는 인도인 보초 한 명만이 입

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달라이 라마를 처음 만났던 그

봄날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다.  그때 내 나이 스물일곱이

었다.

  그 당시 나는 접견을 위해 나름대로 공들여 옷을 입는다고 몸에

딱 맞는 검은색 벨벳 바지를 입었다.  그런데 엉덩이 부분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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