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이 지난 20일 출국을 앞두고 본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전날에도 대구, 창원 등지를 돌며 불자들에게 법문했던 혜민스님은 출국 당일까지 공식일정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방학을 이용해 한 달 남짓 국내에 머물려 하루 3~4개의 강연 등 웬만한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스케줄을 소화하며 대중의 마음치유에 매진했다. 당초 이날 법회가 끝난 후 삼보사에서 스님과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열광적인 대중의 호응으로 법회 시간을 훨씬 지나버렸다. 결국 스님은 이동하는 차안에서 출국 직전 마지막 본지와의 단독인터뷰를 진행했다.
혜민스님은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오후7시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본지와의 짧은 인터뷰가 아쉬웠는지, 스님은 비행기 타기 직전 인천공항에서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스님은 이메일을 통해 “오늘 만나서 반가웠고 너무 시간이 없어 깊은 인터뷰를 할 수 없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다음엔 꼭 편하게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전해왔다. 스님의 따뜻한 배려가 담긴 마음이 전해지는 대목이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 힐링의 대명사로 급부상한 혜민스님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했던 것이 많이 부족했었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마음 속 얘기 들어주다보니 자신의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 부처님 법이 원래 힐링의 가르침이다. 그 동안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인정받는 것에 목이 너무 말랐다. 나를 공감해주는 것을 원했다는 것을 느꼈다. 종교학을 공부하다보니 다른 종교를 많이 접하게 된다.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통일교 신자도 내 강의를 듣고 좋아했다. 마음의 치유는 종교를 초월한다. 수행하는 이유도 마음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 형식적인 부분에 구속시키면 종교끼리 충돌할 수 있다. 마음의 문제로 들어가면 서로 통한다.”
-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서 활동은 어떻게 시작했는지.
혜민스님은 지난 20일 서울 삼보사에서 불자와 시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법문했다. 사진은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스님이 혜민스님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려고 계획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수행자로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내 삶속에서 순간순간 작은 깨달음을 느꼈을 때 그때마다 잔잔한 글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글을 읽는 사람들이 점차 팔로우가 됐다. 처음에는 100명이 모였을 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모이는 것에 놀랐다. 현재는 페이스북 50만 명, 트위터도 40여 만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너무 바빠서 답장을 제대로 못해줘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인 이야기 보다는 하루를 마음을 차분하게 들여다보고 자신을 성찰하는 글들을 읽기 원하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이 사람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다."
- 지난 1월1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땡큐-스님, 배우 그리고 야구선수’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출연 계기는.
“사실 SBS ‘땡큐’는 예능인 줄 모르고 출연했다. 당초 다큐를 찍는다고 했다. 방송국 측에서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송중기, 이효리 등 연예인 명단 8~9명을 보내왔다. 나는 이 가운데 내가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박찬호, 차인표 등의 이름을 보내줬다. 이들과 함께 여행가면서 속 얘기 하면서 다큐를 찍는다면 괜찮을 것 같아 승낙했다. 특히 박찬호 선수는 동갑에 동향이고, 불자다. 더욱이 ‘미국에서 살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하고 만나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았다. 막상 촬영현장에 가보니 작가만 7명, PD가 6명이 모두 최선을 다해서 찍었다. 제작진에게 장르가 뭐냐고 물어보니 “예능도 좋고 다큐도 좋고, 좋은 게 좋으니까 땡큐”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작가 모두 예능프로그램 작가였더라. 예상과 다른 출발이었지만 방송 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것 같으니 나도 만족한다.”
- 스님으로서 땡큐, 승승장구 등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스님들의 마음, 부처님 가르침 등을 수행에 관점에서 수 천 명의 대중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방송의 힘을 빌리면 부처님의 가르침 비교적 쉽고, 종교색 강하게 띠지 않으면 일반인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연말시상식에서 수많은 연예인들 ‘하나님’ 찾는데 불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부드러운 포교다. 내 걱정을 다 들어줄 것 같은 편한 ‘동네스님, 이것이 내가 지향하는 포교다. 불교에 호감이 있지만 절에 잘 안가는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부드럽게 부처님 말씀을 소개하고 불교의 좋은 점 나누고 싶다. 나에 대한 세간이 관심이 다소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미디어를 활용하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불교를 알릴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를 활용하고 싶다.”
- 스님은 수많은 법회와 강연에서 행복의 조건에 대해 많은 조언을 했다. 그렇다면 스님은 언제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지.
“솔직히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도반들과 법담을 나눌 때다. 법담을 나눌 때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번 국내 일정에서도 몇몇 도반들과 밤 세워가며 서로 살림살이를 드러내 가며 법담을 나눴다. 하지만 치유가 안 된 일반인들에게 법담을 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상처가 많기 때문에 치유가 먼저다. 치유가 안 된 상태에서는 마음이 구겨져 있는 만큼 먼저 이를 펴야한다. 그 이후에 수행이 가능하다. 결국 치유과정을 거쳐 수행을 지향해야 한다.”
- 앞으로 계획은.
“오는 5월에 다시 한국에 올 예정이다. 지난해 조계종 포교원과 함께 청년불자들과 함께하는 전국 콘서트를 진행했다. 올해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불교문화사업단과 함께 ‘마음치유캠프’ 템플스테이를 열 계획이다. 더불어 국내에 있을 때는 인연 있는 스님들이 와달라고 하면 어디든지 찾아가겠다. 앞으로도 대중에게 거부감 없는 포교활동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어른 스님들께 앞으로도 배울 것이 많다. 종단의 구성원으로 내가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불교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