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소행성♣

해탈의향기 2013. 2. 3. 16:33

 

 

일 년쯤 지난 어느 날 나는 뜻밖에 준이와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가 나를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졸업반이던 그해 여름방학에

나는 할아버지가 계신 시골로 내려가 있었는데 준이와 정수, 인

호까지 형편없는 몰골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들은 시골 집에서

사나흘 쉬고는 나까지 저희 여행길에 꾀어내려다 주저하는 나만

남겨놓고 다시 길을 떠났다. 그들과 함께하던 어느 날 저녁에 마

을에서 떨어진 강변에 나가 멱을 감다가 나는 준이와 처음으로

긴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 두렵지두 않니? 너나 인호 형은 퇴학했구 정수까지 휴

학을 했는데, 이건 아주 니들 맘대루잖아.

  내가 조심스럽게 힐난 조로 말을 꺼내자 준이가 밝은 목소리

로 대답했다.

  시키는 대루 하기 싫어할 뿐이지 나두 노력하구 있어.

  노력은 무슨 ······ 아무렇게나 사는 거지.

  그게 나쁘냐? 나는 말야, 세월이 좀 지체되겠지만 확실하게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거다.

  학업을 때려치우면 나중에 해먹구 살 일이 뭐가 있겠어?

  어쨌든 먹구살 일이 목표겠구나. 헌데 어른이나 애들이나 왜

들 그렇게 먹구사는 일을 무서워하는 거야. 나는 궤도에서 이탈

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그리고 준이는 나에게 다시 말했다.

  내가 영길이 너나 중길이를 왜 첨부터 어린애 취급했는지 알

아? 아주 좋은 것들은 숨기거나 슬쩍 거리를 둬야 하는 거야. 너

희는 언제나 시에 코를 박고 있었다구. 별은 보지 않구 별이라구

글씨만 쓰구. 

   ㅡ 황석영《개밥바라기 별》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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