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

해탈의향기 2013. 2. 6. 12:19

 

 

 

 

 

 

  회사 명함에 적힌 저의 직책은 '편성본부장'입니다.  편집이란 말은 들어본 듯

한데 편성은 또 뭔가요.  궁금하다는 분들께 저는 비유적으로 답합니다.  우리의

삶에도 편집과 편성이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요.  물론 행복한 삶을 위한

거죠.  분명한 건 편집이 먼저이고 편성은 나중이라고 겁니다.

  신문사에 가면 편집국이라는 게 있습니다.  방송사에는 대신 편집실이 있죠.

신문의 편집국은 하나지만 방송의 편집실은 여러 개입니다.  편집국에선 지면,

편집실에선 화면이 중요하다는 건 짐작이 가시겠죠.

  방송에서 편집이란 촬영한 그림 중에서 어떤 걸 버리느냐 결정하는 일입니다.

쉬운 일 같지만 정말 어렵습니다.  이사 가는 장면을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귀한

물건도 옮길 땐 짐에 불과합니다.  서재룰 보십시오.  이 많은 책을 다 가지고 갈

것인가.  안 읽는 책은 남에게 주거나 버려야 하는데 그걸 결정하는 일이 그리 수

월치 않습니다.  어디 책뿐입니까.  입지 않는 옷, 쓰지 않는 그릇들은 오죽 많습

니까.

  방송에서 버리는 기준은 뭘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먼저 NG가 난

화면을 버리겠죠.  NG는No Good을 줄인 말입니다.  좋지 않다는 뜻이죠.  연기

자가 실수를 했거나 카메라가 흔들렸거나 하는 경우인데 이런 건 전문가가 아니

더라도 찾아내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NG가 아닌 건 신중히 가려야 합니다.

  기준은 대략 세 가지입니다.  새로운 것, 재미있는 것, 유익한 것.  그러니까 그

반대의 것들을 버리면 되는 거죠. 낡은 것, 지루한것, 해로운 것.  문제는 그 기준

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 즉 시청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내 기준

과 타인의 기준이 일치하거나 근접할 때 시청률은 올라가고 제작진은 능력자라

는 소리를 듣게 되는 거죠.  하지만 시청률의 왕자라는 소리를 듣다가 결국은 시

청률의 노예로 전락하는 건 사실 시간문제입니다.  미다스의 손은 모든 걸 황금

으로 만드는 것 같지만 실은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황금으로 만들어 죽게 만드니

까요.

  신문의 경우는 바르고 빠른 게 최우선 가치입니다. 틀리거나(오보)늦는 건 (낙

종)기자에게 수치스런 일이죠.  가자에겐 바른 것, 옳은 것이 아닌 것을 속도감

있게 가려내는 편집의 안목과 양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특종을 좇다가

인간 자체가 독종이 되는 일만은 경계해야겠죠.  여러 기자가 작성한 원고들을

다시 가리는 건 이른바 데스크의 몫입니다.  그가 특별히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

에게만 유리한 기사를 고르는 데 길들여져 있다면 그는 결국 자격미달이거나 함

량부족으로 평가되겠죠.

  이제 편성을 얘기할까요.  편집과 편성은 간단하게 말해서 정리와 정돈입니다.

정리는 불필요한 걸 버리는 거죠.  공부 잘하는 학생은 노트 정리를 잘합니다.

생님 말씀을 다 적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요약하여 적는 거죠.  녹취하듯 다 적

다 보면 나중에 시험공부 하기가 버거워지죠.  이에 반해 정돈은 보기에 좋고 편

리하게 배치하는 절차입니다.  시청자가 즐겁고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

을 요일이나 시간대별로 잘 정돈하는 일이 편성입니다.  그러니까 신문도 지면에

따라 기사를 요령 있게 배치하는 일은 편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죠.  다만 신문

은 워낙 분초를 다투는 일이 많으니까 상대적으로 편성보다는 편집이 더 중요한

게 현실입니다.

  드디어 편집과 편성을 인생에 적용할 차례가 왔습니다.  걱정이 편집의 대상

이라면 결정은 편성의 영역입니다.  악기편성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관악

기, 현악기, 타악기를 잘 배치하여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일이죠.  인생도 마찬가

지 아닐까요.  한 가지 악기만 고집하지 마세요.  다른 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삶

이 균형을 찾게 됩니다.  어려울 것 같다고요?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으십니까.

인생을 흔히 여행에 비유하지 않습니까.  여행이건 인생이건 짐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입니다.  NG 난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면 뭐합니까.  편집 시간만 오래 걸

릴 뿐입니다.

  '앞으로는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라고 결심하고 과감하게 기억 속에

서 도려내십시오. 편집실은 따로 안 가지셔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낡은 것, 지루

한 것, 해로운 것들을 편집하는 시간만은 꼭 가지시길 권합니다.  남의 눈을 의식

하되 시청률에 너무 신경 쓰지는 마십시오.  살다 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겁니다.  좋은 화면(추억)을 만들고 또 고르는 데 주력하세요.  편성은 수시

로 바뀔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을 산뜻한 프로그램으로 개편하시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자신감 있게 공개하십시오.  TV를 켜지 않아도 당신 주변에선 웃

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겁니다.

  ㅡ 글 주철환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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