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공스님

만공스님

해탈의향기 2012. 7. 5. 08:00

 

 

                 님께서는 만공 스님의 이야기를 가끔 들

려주셨다.

  하루는 만공 스님께서 시자 한 명을 데리고 마을로 탁발을

나간 일이 있었단다.

  저녁때가 되었는데, 하루 종일 시주 받은 곡식이 많아서

자루가 제법 무거웠던 모양이다.

  해는 서산에 걸려 뉘엿뉘엿 넘어가고 돌아갈 길은 먼데,

무거운 쌀자루를 등에 진 시자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져 앞서

가고 있는 만공 스님과 자꾸만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었다.

  마침 동네 어귀를 지나가고 있는데 젊은 처녀가 물동이에

물을 길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들에서 일을 마친 동네

사람들도 소를 몰고 집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만공 스님이 물동이를 인 동네 처녀를 와락 끌어안

고는 입을 맞추고 말았다. 우물가이다 보니 동네 사람 여럿이

이 광경을 보았다.  당연히 큰 소동이 일어났다.

  "저놈 잡아라."

  동네 사람들은 만공 스님을 뒤쫓고, 뒤따라오던 시자에게

도 덤벼들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쌈질을 지고 따라오던 시자도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스님이 저럴 수가?"

하는 찰나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달려 동네 어귀를 벗어

나고 말았다.  사자승도 잘못하면 동네 사람들에게 잡혀 몰매

를 맞게 될 판이었다.  있는 힘을 다해서 만공 스님의 뒤를 따

르는 수밖에.

  그리고 어느덧 절밑 일주문이 바라다보이는 곳까지 오자,

만공 스님은 털썩 주저앉았다.

  "아니, 스님.  어쩌려구 그런 짓을 하십니까?"

하고 시자는 스님을 원망하였다.

  만공 스님은 껄껄 웃으시며,

  "이놈아,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절에 도착했겠냐?

아마 밤새워 왔을 거야.  짐도 가볍게 오지 않았느냐?"

  그러고 보니 그 무거운 쌀짐을 지고 어떻게 그 먼 길을 달

려왔는지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였다.

  그제야 시자는 만공 스님의 참뜻을 알았다고 한다. 

 

 

 

 ㅡ 원 정《침묵의 깊은 뜻을 마음으로 보게나》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