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수월스님께서 만공스님과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
다가 숭늉 그릇을 들어 보이며 말씀하셨다.
"여보게, 만공. 이 숭늉 그릇을 숭늉 그릇이라고도 하지 말고,
숭늉 그릇이 아니라고도 하지 말고 한 마디로 똑바로 일러 보
소."
만공스님이 문득 숭늉 그릇을 들어 문 밖으로 집어 던지고
는 말없이 앉아 있자 수월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잘혔어, 참 잘혔어!"
수월스님은 이 법담을 나눈 뒤에 자취를 감추었는데, 그 뒤 만공스님과
는 다시는 만나지 못하였다.
ㅡ 김진태 《 달을 듣는 강물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