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잘못 알고 잇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이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옛 어른들은
전미개오(轉迷開悟)라고 하였습니다. 미혹함을 뒤집어서 깨달음을 얻는다
는 의미입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고시공부를 한답시고 방학 때면 강원도 문막에 있는 칠
성암이라는 조그만 암자에 가곤 하였습니다. 서울에서 문막에 가려면 고
속버스를 타고 원주나 여주를 거쳐서 그곳에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
합니다. 문막에서 다시 암자가 있는 산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처음에
는 깜깜한 밤에 산길을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1980
년대만 하여도 단파 라디오라는 것이 있어서 밤에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리
다 보면 북한에서 남한에 파견한 간첩한테 보내는 지령이 들리기도 하였습
니다. 그 내용은 거의 편지를 읽어주는 것이었는데, 예를 들면 함경도 원산
에 사는 동생이 부산 남포동에 사는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라며 아나운서가
글을 읽어 줄 때 거기에 나오는 장소나 숫자 등이 다 암호지령과 접선장소
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는 북한방송을 듣다가 걸리면 중앙
정보부에 끌려가서 죽도록 두들겨 맞는다는 소리도 참 많이 나돌던 시절이
었습니다. 그래서 산길을 걷노라면 무장간첩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혹은 귀신이나 산짐승을 만날 것 같은 공포심등으로 등에 식은
땀이 흐르기도 하였습니다.
산길을 오르다가 보면 커다란 구렁이나 뱀 같은 것이 꾸물덕거리고 다니는
것 같고, 그 날 새벽 두더지가 땅 밑으로 지나간 다음에 솟아 올라온 흙무더
기는 그야말로 뱀과 비슷했습니다.금세라도 뱀이나 두더지를 밟아 밑에서 무
엇인가 물컹할 것 같은 기분으로 산길을 오르게 됩니다. 땅 위로 꾸불꾸불
나온 나무뿌리를 디딤돌로 삼고 발을 딛는 순간 물컹대면 그야말로 초죽음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밤길에 물컹하고 밟은 새끼줄이 뱀인
줄 알고 심장마비 일보 직전의 초죽음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 다음에 보면, 다
리가 멀쩡합니다. 놀라서 플래시로 비추어 보면 지게의 어깨걸이로 사용하던
새끼줄이거나, 고시생들이 이불이나 배낭을 지고 가다가 흘린 천으로 된 굵
은 띠 같은 것들인 줄 알고 가슴을 진정시키고 난 후에는 새끼줄을 집어 던지
거나 두더지 길을 발로 차 버립니다. "으이 씨. 깜작 놀랐잖아 휴ㅡ 우."
그러한 것이 '새끼줄의 비유'이고 전미개오(轉迷開悟)의 이야기인 줄
은 그로부터 한참이 흐른 다음 사회생활의 벽에 부딪히면서부터였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먼저 새끼줄을 뱀이나 두더지 길로 안것! 그것이 바로 미혹함입니다. 그
리고 새끼줄이나 두더지 길을 다시 새끼줄이나 두더지 길로 제대로 안 것!
그것이 깨달음이고 지혜입니다. 여기서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일을 당하면
새끼줄을 집어 던지거나, 두더지 길을 발로 차는 것과 같이 책임을 자기에
게 묻지 않고 잘못을 대상으로 돌려버립니다. 남을 탓하고 환겨을 탓하며,
내가 저 놈만 안 만났다면, 저 인간하고 결혼만 안 했다면, 저 사람이 부장
이나 지점장으로 오지만 않았다면, 그때 좋은 선생님만 만났더라면 등으로
자기의 잘못을 대상이나 환경으로 돌려버리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
답이 아닙니다. 그것이 바로 미혹함입니다. 문제는 새끼줄을 새끼줄로 있
는 그대로 여여(如如)하게 보지 못한 자기 자신한테 있다는 사실을 보통 사
람들은 꿈에도 생각 안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과거에 뱀이나 두더지가 지나갈 때의 땅이 솟아올라오
는 그 신기함과 설렘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경험과 인식세
계에 뱀과 두더지에 대한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뱀과 두
더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알래스카 지역의 사람들은 그것을 백곰이 먹다
가 버린 연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도심 한가운데서 성장했던 사람은 엄
마, 아빠와 같이 야구장에서 응원하면서 사용하던 바람 빠진 짝짝이 풍선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지식, 경험,
학습내용 등을 근거로 해서 모든 것을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본 바도 없고 들은 바도 없으면 놀랄 것도 없고 겁먹을 것도 없는 것입니
다. 정신이 약간 헤까닥 해서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고 항상 웃는 미
친 사람들은 무서움이 없습니다. 무서움을 만드는 모든 재료가 사라져버렸
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환각제를 먹거나 술을 많이 먹어 과거의 기억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사람은 맞아야 정신이 듭니다. 맞으면 아프다는 새로운 정보
가 일시적으로 생기기에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기억저장
장치에 좋은 정보와 지식을 많이 넣어 두어야 합니다. 맹자 어머님의 맹모
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주변 환경의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가
르쳐 주는 교훈입니다.
ㅡ 좋은글 중에서 ㅡ
'좋은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아름다운 간격 / 정목일 (0) | 2013.03.08 |
---|---|
[스크랩] 사이버예절(net-tiquette) 십계명 (0) | 2013.03.06 |
명언 (0) | 2013.03.05 |
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 (0) | 2013.03.03 |
판에서 살아남기/ 이제석 (0) | 2013.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