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눈부신 이야기 : 일현 (一玄) 손광성
나의 관심은 언제나 작고 맑고 여린 것들이다. 그래서 내 글에서는 꽃과 새와 달팽이 같은 것들이 주인공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시간과 짝을 이룬 이런 덧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애착에서 나의 글도 그림도 출발했는지 모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맑은 글과 너무 예쁜 그림들이 단번에 내 눈과 마음을 사로 잡았다. 나는 이런 책이 좋다. 태양이 떠오르기전
물체의 색을 그대로 비춰 주는 영롱한 아침 이슬방울처럼, 새벽 호숫가에 피어 오르는 물안개 처럼 무엇인가 사색케 하는 글과 그림이 좋다. 이렇게 예쁜 글과 그림으로 감성을 표현해낼 줄 아는 그의 재주와 감성이 너무도 부럽다.
봄이 와서 제비가 오는 것이 아니라 제비가 와서 비로서 봄인것이다.
버찌
붓꽃 (아이리스)
꽃양귀비
비할벽산요 (飛割碧山腰 날비 벨할 푸를벽 뫼산 허리요) ~ 푸른 산 허리를 주욱 베어 날아가네
~ 강일용 (고려예종때 시인~완벽한 싯구를 남기다.)
선인장
달개비꽃을 그린 부채 ~ 달개비의 청초한 아름다움 때문에 손광성 작가는 아는 분들에게 달개비꽃을 그린 부채를 선물하곤 한다고 한다. 나도 그의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수국이 핀 그늘에서 산양 한마리가 곤히 자고 있다. 나도 저 그늘 아래서 곤한 잠을 자고 싶다.
도라지꽃
석류
해바라기~고흐를 추모하며 그의 꽃을 그리다.
추억이 새겨진 취향정에도 연(연꽃)이 한창이겠지
맨드라미~자식들이 벼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닭의 볏 (볏=벼슬) 처럼 생긴 맨드라미를 심는 어머니의 마음
원숙한 여인을 닮은 국화꽃 향기
동해 작은 섬 물가에 내 홀로 눈물 지으며 게와 노닌다.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싯구 중에서~그를 추모하며
그린 바닷가 게 두마리
외딴 집 ~ 고개를 아홉 개쯤 넘고, 개울도 아홉 개쯤 건너고 쇠비름, 명아주 같은 것들이나 살고
별과 풀벌레 같은 것들이나 살고 화전민들도 떠나 버린 우체부도 월부장수도 찾아오지 않는 외딴집,
그런 곳에 살고 싶다. 외로움이 차오를 것이다. 우물물처럼 발목을 적시고 가슴을 적시고 마침내 목구멍까지
차오를 것이다. 그때쯤이면 다시 사람이 그리워질까
고개를 아홉 개쯤 넘고 개울도 아홉 개쯤 건너고 구름도 들렀다가 외로워서 도망치는 개망초 같은 것이나 하얗게
피는 외딴집에 떠나는 물소리 뒷꼭지나 보며 살고 싶다. (외딴 집 全文)
고향(함경도)의 벽장문에 그리져 그림으로 봤던 동백을 부산 영도 피란살이중 2월 옆집 담장 틈으로 보다.
불붙듯 타고 있는 동백...매우 아름다운 꽃이었지만 그만큼 낯선 세계의 꽃이기도 했다. (동백꽃 본문중)
어제 하루는 지고 새 아침이 뜬다. 밤새 내린 안개 걷히듯 지난 밤의 악몽도 모두 걷히리라
따뜻했던 보금자리를 차고 덜 깬 잠일랑은 내일로 밀어 놓고 일어나야 하리
산다는 것이야 노상 고달프지만 그래도 아침은 청신하지 않은가
내일의 빵과 잠자리를 위해 어린것들 해맑은 눈빛을 위해 일터로 나가야 하리
한 잔의 우유와 아내의 따뜻한 미소 세상에 온기라곤 그뿐이라 해도 소중하지 않은가
전동차의 흔들림에 덜 깬 잠 맡겨 놓고 아들놈의 학원비와 딸아이의 레슨비와 다 메울 수는 없는 카드빚의 수령
누구는 승진했는데 누구는 정리해고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자
넘으면 넘을 수 있는 고개인 것을 태양을 가득 안은 그런 가슴으로 살얼음을 헤치며 나아가야 하리
새벽을 여는 청둥오리들처럼 일어나야 하리 일어나 나아가야 하리.
산등성이에서 아이들을 내려다 보았던 붉은 여우 (작가의 12살)
출처: 맑은샘(깨비)의 새벽에 쓰는 시 http://blog.daum.net/malgeunsaem/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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