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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가정교사, 아이의 가슴을 뛰게 하다/ 반기문

해탈의향기 2013. 4. 16. 19:09

                                                                      

                                                                    

 

 

 

  대학교에 들어가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그 좋아하는 공부를 실컷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부만 할 수는 없었다.  학비는 물론이고 서울로 유학을 나온 처지의 생활비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기문은 계속 집에 의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교수님이나 선배들의 주선으로 중. 고등학생 과외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대학생 과외라고 하면 대부분 가정교사라로 부르는 입주과외였다.  입주과와라면 학교에 가는 시간 빼고는 거의 가르치는 아이에게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생활해야 하니 불편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생활비 때문에 고민을 하던 반기문은 '그래, 더 열심히 시간을 쪼개 써보자.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열심히 열심히 해보겠어' 라며 입주과외를 시작했다.  반기문은 학부모들에게는 최고로 인기가 좋은 선생님 이었다.  서울대니 학벌도 모자람이 없고, 품성도 좋고 성실하게 가르치니 아이들이 배울 것이 많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신용남 공화당 의원의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도 있었는데 신 의원 역시 반기문을 매우 좋아해 여러 차례 혼사를 주선했을 정도였다.  어디 내놓아도 좋은 사람 소개해주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 의원뿐만 아니라 반기문을 가정교사로 두었던 집 어른들이라면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아 유명 사업가들은 서로 그를 데려가려고 했을 정도였다.   "아시겠지만 우리 애가 공부에도 관심이 없고 자꾸 마음을 잡지 못했는데 반 선생님을 만나 많이 좋아졌답니다."  기문은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에게 약으로 쓴 것은 미국에 다녀온 이야기였다.  "창수 너, 공부하기 싫어? 공부가 재미없을 수도 있지.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내가 미국 갔다 온 이야기해줄까? 너 자동차에 관심 있지?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왜 자동차에 앉아서 영화도 보고 그러잖아.  내가 미국 가서 보니까 그 사람들은 땅이 넓어서 그런지 차에 목숨을 거는 것 같아. ··· 굉장한 일도 있었지.  케네디 대통령 알지? 직접 봤다는 거 아니냐.  아휴, 대통령이랑 악수 한 번 하려고 쇼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민망하네."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의 눈은 어느새 초롱초롱해졌다.  서울대생이라고 목에 힘이나 줄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고 공부 못한다고, 설명해도 잘 못 알아듣는다고 윽박지르거나 무시하는 그런 것도 없었다.  덤덤하고 차분한 말투로 '공부는 잘하려고 하는 것보다 재밌게 하는 게 더 중요해' 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니 아이는 선생님한테 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미국에 갈 수 있었냐고? 너도 알잖아.  우리 집 형편으로는 갈 수가 없지.  그런데 비스타 프로그램 뭐 그런 게 있더라고.  영어 공부 열심히 했지.  죽자 살자 했더니만 그렇게 가고 싶은 미국 갈 수 있어서 좋았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는 선생님처럼 그저 열심히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아직 구체적인 꿈을 품고 있지는 않았지만 선생님처럼 열심히 공부하면 언젠가 자신의 꿈도,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반기문은 동생들의 공부를 봐주던 경험이 있어 생각하는 방법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학생 아이가 못 알아듣는다면 방법을 바꿔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다시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가르친 학생의 성적이 오른 것을 보면서 뿌듯했다.  그렇지만 아이가 공부할 이유를 찾은 것이 더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기문이 가르치던 아이들의 성적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있었다.  그에게 특별한 비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ㅡ 신웅진《바보처럼공부하고 천재처럼꿈꿔라》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