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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물가에 핀 여인들의 미소

해탈의향기 2013. 4. 26. 11:59

오늘 미소가 담긴 작품은 단원 김홍도(1745~1806?)의 ‘우물가’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단원 김홍도는 일찍이 도화서의 화원으로 들어가 모든 장르에 뛰어난 궁중화가로서 명성을 날렸으며 만년에는 풍속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우물가의 세 여인 중 한 여인은 두레박으로 열심히 물을 길어 올리고, 또 한 여인은 거친 모습의 남성에게 물바가지를 건네주면서 민망한 듯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돌리고 있다. 또 한 여인은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으로는 물바가지를 들고 물을 다 길은 만족감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돌아가는 모습이다.

 예부터 우물가는 여인들의 소통의 장이고, 정보공유의 마당이고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웃끼리 희로애락을 같이하면서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위로하고 기쁜 일은 함께 나누면서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때로는 서로 간의 반목도 없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대화하면서 풀어가는 화합의 어울림이 있었다. 수질도 서로 관리하고 나눔과 질서 속에 우물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적 협력이 이루어졌다.

 

김홍도, 우물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한편 우물은 역사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우물에 얽힌 박혁거세와 알영왕비의 설화나 왕건과 장화왕후 오씨가 우물가에서 만난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호족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해로를 통해 목포에 배를 대고 들어갔을 때, 멀리 오색구름이 있어 가보니 오씨가 빨래를 하고 있었다. 목이 말라 물을 청했더니 바가지에 버드나무 잎을 띄워 급히 먹은 물에 체하지 않게 하는 배려와 지혜에 감탄해 오씨를 왕비로 맞아들였다는 이야기다. 그 우물이 나주에 있는 완사천이고 옆 그림의 바탕화면이다. 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고려 제2대 임금 혜종이다.

 우리가 행정단위로 쓰고 있는 동(洞)은 삼수변에 같을 동(同)을 합친 것이다. 이는 같은 물을 먹고 쓰는 지역공동체의 기본단위를 의미한다. 물은 생명이고 근원이다. 우물에서 나온 물은 더 낮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흘러서 넓은 바다로 들어간다. 우리는 물의 흐름을 통해 겸손과 포용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중앙일보

출처 : 원철스님과 문수법회
글쓴이 : 들꽃* 묘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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