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스님께서는 언제나 자녀의 장래가 부모에게서 비롯
된다고 하셨습니다. '부모가 검소하고 부지런하고 복
을 아끼는 생활을 하게 되면 자녀가 잘 되지 않을 수
없다' 고 하시면서 다음의 이야기를 즐겨 들려주셨습
니다.
약 30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일본 임제종의 관산(關
山)선사는 당시의 국사였습니다. 그러나 높은 신분에
도 불구하고 늘 복을 아껴 음덕을 쌓으면서 공부하는
이들을 대접하였고, 매일 밭에 나가 김을 매고 도량의
풀을 뽑는 등 곤궁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또한 동시대
에 몽창(夢窓)선사도 국사로 추대되었는데, 그는 매일
가마를 타고 다니며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였습니다.
어느 날 몽창국사가 김을 매고 있는 관산국사를 찾
아가자, 관산선사는 이웃마을 떡집에서 찹쌀떡 일곱
개를 사다가 몽창선사에게 대접하였습니다. 몽창은 시
장하던 터라 '맛이 좋다' 고 하면서 순식간에 모두 먹
어버렸습니다. 이에 관산선사가 말했습니다.
"후대아손(後代兒孫)은 무엇을 먹으란 말이오?"
이 한마디에 몽창은 스스로가 행한 모든 처신을 돌
아보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예언을 하였습니다.
"나의 후대아손들은 관산의 아손들에게 모두 정복
될 것이다."
과연 그의 예언대로 몽창의 제자들이 있던 사찰들은
뒷날 관산의 제자들이 모두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신 스님께서는 힘주어 말씀하십니
다.
"부모가 조금 복이 있거나 여유가 있다고 하여 남을
멸시하고 방탕하게 살게 되면 그 과보를 금생에 바로
받을 뿐 아니라 후대아손들 까지 힘들게 만든다. 누
구든지 힘이 있을 때 관산선사처럼 겸손하게 헌신하
고 복을 아껴 음덕을 쌓아야 한다.
아무쪼록 자녀교육은 어려서부터 싹을 틔워야 하는
것이니, 부모 되는 이들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본
받을 수 있는 신심 있는 생활을 스스로가 먼저 실천
하여야 한다.
나아가 스님께서는 꼭 실천하여야 할 자녀교육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교훈을 주셨습니다.
① 모든 일에 '외모 보다는 마음을 아름답개' 가꾸도
록 가르쳐라. 밥 먹을 때에는 감사한 생각을 갖게 해
야 한다. 하늘과 땅과 해와 달과 비바람의 은공, 그
리고 무더운 여름에 흘린 농부의 땀 덕분에 밥을 먹
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어야 한다.
② 항상 명랑함과 쾌활함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라. 몸
을 고요히 하고 얼굴을 찌푸리지 못하게 하며, 부드
럽고 착하고 어질고 순하고 온화하되, 일에 임할 때
는 정의감을 가지고 서릿발 같은 냉정한 과단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③ 다니거나 앉고 눕고 할 때에 몸을 마구 흔들거나 손
짓발짓을 하지않게 하며, 발가락 사이를 후비거나
입을 크게 벌려 하품하거나 다리를 꼬아서 앉지 않
게 가르쳐야 한다. 밥을 먹을 때 이리저리 돌아다니
며 장난치지 못하게 하고 침이 튀도록 떠들거나 수
저에 밥알을 묻혀 다른 국물을 떠먹거나 음식물을
남기지 않게 하며, 여럿이 먹는 식탁에서 맛있는 것
을 자기 앞으로 끌어다 놓거나 맛있는 것만 가려 먹
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
④ 무슨 물건이든 쓰고 나면 반드시 제자리에 가져다
두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고, 약속시간 . 공부시간.
집회시간을 잘 준수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스님께서는 흰 종이나 흰 옷감에 무슨 색깔을 먼저
물들이느냐가 중요하듯이 어릴 때의 가정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늘 강조하셨습니다. 아울러 자녀들
이 성장하게 되면 될 수 있는 한 '잔소리'를 하지 말
것을 이르셨는데, 이와 관련하여 배꼽의 비유를 즐겨
들었습니다.
"우리의 몸은 360골절과 8만 4천 털구멍으로 되어
있다. 이 몸은 엄마의 뱃속에서 완성된다. 엄마의 몸
과 연결된 탯줄로 피를 돌게 하여 몸을 다 만들면 태
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태어난 다음 탯줄이 붙
어 있으면 안 되므로 그것을 끊고 매어놓는다. 며칠
이 지나면 매어놓았던 탯줄이 똑 떨어지고 입을 딱 닫
아버린 배꼽이 된다.
우리 몸에는 눈애 둘이요 콧구멍이 둘이요 귓구멍
이 둘이요 입이 하나요 대소변 보는 데가 둘이요 배
꼽이 하나이다. 모두 합하여 열 개의 구멍이 있다. 딴
구멍은 열려 있어야 하나, 뱃구멍인 배꼽이 열려 있
으면 바람이 들어가서 죽기 때문에 꼭 닫고 있다. 사
람의 몸을 다 만들었기 때문에 입을 닫고 있는 것
이다.
이 말을 왜 하느냐 하면 참으로 진리적으로 요긴한
말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식을 낳았지만 그들이 성
장하면 그냥 좀 놓아둘 줄 알아야 한다. 입을 열어 잔
소리를 하게 되면 될 일도 꼬이게 되니, 배꼽처럼 입
을 닫아야 한다.
'시어머니 잔소리는 꾸어다가도 한다' 는 속담이 있
지만 시어머니 되는 사람이 입을 좀 닫고 있어야 되
지, 입을 열어 잔소리를 많이 하면 배꼽을 열고 있는
것과 같아서 좋지가 않다. 곧 요즘 며느리들이 시부
모를 모시지 않고 딴살림을 차리는 까닭도 이 잔소리
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