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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 임명 연설

해탈의향기 2013. 5. 24. 12:13

 

 

 

 

 

 

 

 

제8대 유엔 사무총장 임명 연설  

뉴욕, 2006년 10월 13일

 

 

 

 

 

        의장님, 사무총장님 그리고 내외귀빈 및 신사숙녀 여러분

        여러분의 이낌없는 축하와 격려에 깊이 감동받고 고무되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를 믿어주신 회원국 여러분께  끝없는 감사를 표합니다.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며, 저는 겸허한 마음으로 이 훌륭한 조직, 즉 우리 유엔의 8번째 사무총장직을 수락합니다.  저를 강력히 지지해주신 모든 회원국의 지도자와 국민께 깊은 존경과 경의를 보냅니다.

 

        오늘의 이 자리를 마련하고 살펴주신 의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성공적인 회기(會期)를 위해 현명하게 총회를 이끄시는 의장님을 도와 함께 일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뜁니다.

 

        의장님, 저는 역대 사무총장님들의 훌륭했던 발자취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분들 역시 이 순간을 경험하셨습니다.  각각이 유엔의 역사에서 중대한 전기에 있었습니다.  오늘의 저와 같이, 그분들 역시 이 역동적인 조직의 타륜을 잡으며, 다가올 날들에 관해 숙고했음이 분명합니다.  그분들 모두는 인간성의 가장 깊은 가치와 가장 높은 열망을 지켜내기 위한 우리의 공동과업에 중요하고 지속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특히 코피 아난 사무총장님, 당신은 깊은 통찰력으로 유엔을 21세기로 잘 인도했습니다.  또한 유엔이 세계의 평화와 번영과 인간 존엄성에 진정으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도록 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셨습니다.  당신의 용기와 비전에 우리는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저는 당신의 업적을 계승해 나갈 결심을 합니다.

 

        존경하는 대표단 여러분, 여러분은 차기 유엔 사무총장의 선임을 신속하게 완료해주셨고, 이것이 전례 없는 기회를 열었습니다.  후임 사무총장에게 충분한 준비기간이 주어졌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제게 두 달 이상의 시간을 주셨습니다.  이 기간에 저는 우리의 공동목표, 즉 유엔을 개혁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계속 추진할 최선의 방법에 관해 폭넓은 자문을 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염려와 기대와 충고에 진지하게 귀 기울일 것입니다.

 

        존경하는 대표단 여러분, 40년 전, 세계를 위해 훌륭한 봉사를 펼치신 우탄트 사무총장님에 이어 제가 아시아인으로는 두 번째로 유엔을 이끌게 되었다는 점에 깊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창설 70돌의 유엔을 이끌어갈 차기 사무총장을 찾기 위해 여러분께서 다시 아시아로 눈을 돌리셨던 것은 참으로 적절했습니다.  아시아는 역동적이고 다양합니다.  또한 세계를 위해 좀 더 큰 책임을 맡을 수 있기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이만큼 달려왔고, 또 여전히 떠오르는 아시아는 우리 시대의 성장과 도전의 모습을 충분히 대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는 겸손을 미덕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겸손은 행실에만 국합됩니다.  비전과 목표에서는 아닙니다.  겸손은 결코 헌신이나 리더십의 부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팡파르 없이 과업을 완수하는 조용한 결단력입니다.  이것이 아마 아시아 성공의 열쇠인 동시에, 유엔의 미래일 겁니다.  사실 유엔은 그 수단에 있어선 겸손합니다.  하지만 그 가치에 대해선 아닙니다.  우리는 말은 더욱 겸손하게 해야 하지만, 실천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엔의 성공을 가늠하는 진정한 척도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약속을 하느냐가 아니라. 우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향해 얼마나 빨리 달려갈 수 있느냐입니다.  유엔의 항구적 목적과 고무적 원칙을 소리높여 예찬하거나 그 덕목을 선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매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씩 하나씩, 계획에서 계획으로, 임무에서 임무로 말입니다.

                             

 

 

 

 

 

        의장님, 유엔에 대한 필요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유엔의 변함없는 타당성뿐 아니라, 유엔이 인간 존엄성의 향상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유엔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세기 유엔의 핵심 사명은 국가간 분쟁을 막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세기에 들어선 지금, 그 임무는 국가간 시스템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도전들 안에서 인간성을 높이는 일이 됐습니다.  발칸반도에서 아프리카까지, 아시아에서 중동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올바른 통치의 약화나 부재를 목격했습니다.  이것은 인권의 유린과 오래 이어온 인도주의 원칙들의 포기로 이어집니다.  유엔은 '우리, 즉 인류'를 위해 창설됐습니다.  그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유능하고 책임감을 지닌 국가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유엔을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인 평화와 번영과 인권이 동등한 수준으로 함께 발전되지 않는 한, 세계인들은 완전한 도움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과 존엄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닦아야 할 길에는 함정들이 많습니다.  사무총장으로서 저는 유엔 헌장이 제게 부여한 권한과 여러분이 제게 위임한 권리를 최대한 활용할 것입니다.  인권이 취약한 회원국을 보호하고, 국제안보와 지역안정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평화적으로 해결키 위해 구체적인 일들을 부지런히 해나갈 작정입니다.

 

        의장님, 이처럼 늘어나는 임무와 기대를 충족키 위해 우리는 유엔 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개혁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개혁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회원국과 유엔 사무국 모두의 관심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방향을 잃지는 말아야 합니다.  인적 자원, 제도적 자원, 지적 자원 등을 규합하고, 그것을 올바로 체계화해야 합니다.  우리는 '밀레니엄 개발목표' 를 달성하고, 평화유지 활동을 확대하며, 테러의 위협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그리고 에이즈 및 기타 유행성 질병들로부터의 위협을 해소하고, 환경 파괴와 긴급한 인권 문제에 놓인 우리의 소명을 반드시 수행해야 합니다.

 

        개혁은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유엔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유엔의 미래를 믿기 때문에 개혁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공동된 노력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우리의 믿음부터 새로이 해야 합니다.  단지 유엔의 활동 안에서 뿐 아니라 국가 상호간에도 말입니다.  우리는 유엔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더욱 많은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불신의 안개를 뚫고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진지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현명하게 선택한다면, 그리고 투명하고 유연하고 정직하게 협력한다면 몇 개 분야에서 진전을 이룰 것이며, 이는 더 많은 분야에서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오직 회원국들만이 유엔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여러분을 돕고 지원하기 위해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ㅡ 신웅진《바보처럼공부하고 천재처럼꿈꿔라》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