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아픈 고백/ 강윤희

해탈의향기 2013. 6. 19. 13:24

 

                                                                                     제주도 천제연

 

 

 

 

 

  "감성 치유 연구소죠? 오늘 가도 되나요?"  전화로 문의하고 몇 시간 뒤 다짜고짜 들이닥쳤다.  "저는 사회생활 2년 차인 박수지입니다.  히히." 첫인상이 참 밝았다.  그런데 이 친구가 왜 나를 찾아왔지? 내심 궁금했다. 

 

  "선생님, 저는 어렵게 성장했답니다.  지금은 제가 돈 벌어 아빠와 동생을 보살피는데요.  난방도 안 되고 먹을 것도 없던 힘든 시절은 지났고, 예전에 비해 살 만해졌는데 행복하지 않아요.  점점 무기력해지기만 해요."  그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고백에 감성 치유를 시작했다.

 

  그는 사춘기를 거쳐 어른이 되기까지 실로 많은 일을 겪었다.  아빠의 사업 실패와 알코올  중독, 부모의 이혼 ······.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일들이었다.  

 

  그의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자 애써 부정하고 덮어 버린 감정이 서서히 드러났다.  "선생님, 저도 예쁜 인형을 갖고 싶고 친구들처럼 투정 부리고, 대학 가서 마음껏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우릴 버리고 간 엄마지만 보고 싶어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그의 고백에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진심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속에 자리한 좌절이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을 깨달았다.  빨리 어른이 되어 아빠와 동생을 챙겨야 했기에, 꿈꾸거나 시도해 보지 못한 채 포기해 버린 절망감이 삶을 어둡게 만들었던 것이다.

 

  "선생님, 미처 몰랐던 제 마음을 헤아리고 말하니 홀가분합니다.  이제 좀 살것 같아요.  저 자신도, 아빠와 동생도 제대로 사랑할 것 같아요.  앞으론 자신을 속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미리 도망치지도 않을래요.  여건이 좋지 않으니 아마 다른 사람보다 오래 걸리겠죠.  그래도 도전해 볼래요."

 

  그는 직장 생활하면서 대학에 들어가 호텔 관광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여행사에서 국내외를 누비며 활약한다.  그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인생을 산다.  "선생님, 아빠가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했어요.  직장 상사 때문에 힘들어요.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요."  이런 저런 소식이 날아들지만 나는 안다.  그가 자신을 속이지 않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망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루어 가리란걸.

 

    강윤희/ 감성 치유 연구소장

   《좋은 생각》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