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엉덩이 춤'
양봉 농사는 꿀처럼 달콤하지 않다. 교육방송의 '극한직업' 에 소개됐듯이 고달픈 직업이다. 꽃 따라 이동하는 '양봉꾼' 들은 현대판 유목민과 다를 바 없다. 꽃 따라 벌통을 옮기며 열악한 천막생활을 한다. 비오는 날이면 물이 스며드는 천막에 웅크린 채 새우잠을 잔다. 벌들도 활동을 멈춘다. 일주일 정도 한 곳에 머물다가 꿀을 찾아 다시 이동한다. 30kg 무게의 벌통을 트럭에 옮겨 싣는 것도 고역이다. 연기를 피우고 벌 떼에 쏘이며 채밀하는 작업은 달콤하기보다 입에 단내가 나도록 쓰다.
아카시아 꿀 채집이 끝나면 강원도 철원 민통선 안에 사는 친척집에 꿀을 가지러 갔다. 올해 꿀 농사는 적자라고 한다. 지난 5월 초 경남 창원까지 이동하여 꿀 채취를 시작하여 세 곳이나 옮겼으나 꿀 생산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친다. 양봉농사는 날씨 따라 울고 웃는다. 봄철 이상저온으로 개화시기가 늦어 채밀기간이 짧아졌다.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꽃이 일찍 시들었다. 예전엔 남쪽에서 시작하여 개화시기 따라 북쪽으로 이동했지만 요즘은 기후온난화로 전국이 동시다발적으로 피고진다. 경기불황 여파로 잘 팔리지도 않고 농협과 양봉협회 수매가격은 턱 없이 낮다. 친척이나 지인들을 통해 작은 수량이라도 소비해주기 위해서다. 검게 그을린 얼굴로 "이젠 꿀 농사도 접어야 할 것 같다" 며 한숨짓는다. 국내 벌꿀 생산의 70%이상 차지하는 아카시아나무가 해마다 준다고 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사이 산림녹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심었던 아카시아나무가 40∼50년의 수명을 다해 고사위기다. 꿀벌의 개체 수가 급격히 주는 게 양봉업 사양의 가장 큰 이유다. 2006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북반부 꿀벌의 4분의 1이 '군집붕괴현상(CCD)' 으로 사라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06년 40만 군(벌통 한 분량의 벌 떼)에 이르던 꿀벌은 근래 10% 조금 웃도는 4만 5천 군으로 줄었다고 한다. 채집 나간 벌꿀이 돌아오지 않거나 떼죽음을 당한다.
2009년 미국 'CCD워킹그룹' 의 첫 연례보고서는 각종 병균과 바이러스, 기생충, 진드기, 살충제, 유전자 조작 작물, 휴대폰 전자파 등 61가지를 들었다. 최근 일본 가나자와대 연구팀도 농약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 놓았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식물의 80%가 꿀벌들의 꽃가루받이 덕분에 번식을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의 먹을거리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미 100년 전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사람은 4년 정도 밖에 생존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일 나갔다 돌아 온 꿀벌들은 벌집 안에서 엉덩이 춤을 춘다고 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의 곤충행동학자 카를 폰 프리슈는 1960년대 꿀벌들의 춤은 밀원(蜜源)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를 동료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정보 전달 방식이라고 풀이했다. 꿀벌들이 신바람 나게 '엉덩이 춤' 을 추게 하려면 서식환경을 되찾아 줘야한다. 자연친화적인 삶이 해답이다.
이규섭〈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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