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바다와 든바다
푹푹 찌는 여름날, 사람들은 바다를 찾는다. 되도록 멀리 펼쳐진 넓은 바다를
보고 싶어 한다. 이처러 뭍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를 '난바다' 라고 한다. 반면
뭍에서 가까운 바다는 '든바다' 이다. 배를 타고 난바다로 나가다 보면, 배가 지
나간 꽁무니에 흰 거품이 생긴다. 이를 '물띠'라 한다. 또 배가 지나갈 때 좌우
로 줄줄이 일어나는 물결은 '물이랑' 이다.
바다는 꽃을 피우기도 한다. 비교적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물거품을 일러 '메밀꽃' 이라 한다. 물론 밭에서 피는 하얀 메밀꽃을
빌려 쓴 말이다. 또 해거름에 서쪽 하늘이 노을에 물들면 바닷물 또한 울긋불긋
한 노을에 젖는다. 이때 고운 색감으로 희번덕거리는 물결은 '까치놀'이다.
그런데 바닷물이 늘 아름답게 일렁이는 것은 아니다. 난바다라로 나가면 웬만큼
큰 배도 굼실거리는 물결에 흔들린다. 이렇듯 난바다의 큰 물결을 '멀기' 라 한다.
'굼뉘'와 같은 말이다. 멀기는 큰 물결이지만 파장이 길고 결이 부드럽다. 그러나
멀기가 사나워지면 배를 뒤집어놓을 듯한 '너울'로 변한다. 너울을 줄여서 '놀'
이라고도 한다. 너울이 한꺼번에 뭍으로 몰아치면 쓰나미, 즐 해일(海溢)이다.
바닷물에는 흐름이 있다. 이를 해류(海流)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무대'이
다. 난류(暖流)는 '더운무대'이고 한류(寒流)는 '찬무대'이다. 한편 바다에는
'밀물'과 '썰물' 이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밀물이 가장 높게 든 때는 '물참'이
다. 흔히 만조(滿潮)라 한다. 반대로 썰물이 좍 빠진 상태는 '잦감'이라 하는데,
간조(干潮)에 해당하는 우리말이다. 또 밀물과 썰물의 차이는 '무수기'라 한다.
바다는 시시때때로 낯빛을 바꾼다. 우리네 삶처럼.
ㅡ 박남일《샘터》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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