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위한
기도/ 박인희(이해인 수녀에게 보낸 편지)
주여
쓸데없이
남의 얘기 하지 않게 하소서
친구의 아픔을
붕대로 싸매어 주지는 못할망정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척
남에게까지
옮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속으론 철철 피를 흘리는 사람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사람
차마 울 수도 없는 사람
모든 것을 잊고 싶어하는 사람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가슴 속 얘기
털어 내놓지 못하는 사람
가엾은 사람
어디 하나 성한데 없이
찢기운 상처에
저마다 두 팔 벌려
위로받고 싶어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우리는
말에서 뿜어나오는 독으로
남을 찌르지 않게 하소서
움츠리고 기죽어
행여 남이 알까 두려워
떨고 있는
친구의 아픈 심장에
한 번 더
화살을 당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이 기도 시를 쓴 가수 박인희씨와 이해인 수녀와의 두터운 우정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두 사람은 풍문여중 때부터 단짝으로 주로 편지로써 서로의 생각과 우정을 교환하는 좀 특이한 관계였다고 합니다. 이 시 역시 박인희씨가 이해인 수녀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The Prayer (기도) /셀렌 데온 & 안드레 보첼리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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