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형 짜장면' 오늘 공짜로 드려요
"28일이 인호 형님 발인이잖아요. 이 짜장면을 드시면서 손님들이 작가 최인호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서울 반포 서래마을의 싱가포르 레스토랑 야미캄퐁에 가면, 고 최인호{1945~2013)가 좋아했던 짜장면을 무료로 먹을 수 있다.
화교인 이 식당 우경민(48) 사장이 생각해낸 그만의 최인호 추모 방식이다.
중국집도 아닌 싱가포르 식당, 크랩(게)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이 집 메뉴에 뒤늦게 짜장면이 오른 이유가 있다.
작가 최인호는 명동성당 바로 앞의 허름한 2층 건물에서 40년 동안 영업했던 전통의 중국집 성화장의 오랜 단골이었다.
이 집 짜장면을 특히 좋아해서 자주 찾았다고 한다. 성화장 사장인 화교 축진재씨가 우씨의 이종사촌 형,
그는 "20대 초반 형님 집에서 일을 돕곤 했는데, 그때 손님으로 찾아온 최인호 선생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격의 없던 작가는 중국집 청년에게 "형이라고 불러"라고 했고, 스무살 터울인데도 우 사장에게 작가는
곧 "인호 형"으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2008년 명동 성화장은 문을 닫았고, 우 사장도 2005년부터는 싱가포르에서 살다
2011년 귀국, 그해 5월 서래마을에 야미캄퐁을 열었다. 성화장에서 일하던 직원일부도 이 레스토랑에 합류했다.
작가가 소식을 들은 것은 그다음이었다. 침샘암 투병으로 특히나 음식물 섭취를 힘들어했던 '인호 형님'이 동생 우씨를 찾아와
"성화장 짜장면을 먹고 싶다"고 부탁했다고 한다.
우 사장은 "형님과 사모님이 처음 우리 집을 찾아와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비웠을 때를 잊을 수 없다"면서
"무척 힘들게 드셨지만, 참 맛있게 드셨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해까지 종종 이집을 찾았다. 싱가포르 레스토랑에 8800원 짜리 야미짜장면 메뉴가 추가된 사연이다.
- 9월 28일 조선일보 A8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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