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는 어느 사찰보다 많은 스님이 모
여서 살고 있다.
큰절과 산 내에 있는 암자를 모두 합치면 항상 이백여 명
은 된다.
해인사 내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스님들이 공부를 하
고 있다.
하나는 강원이고, 또 하나는 선원이다. 그리고 강원과 선원
을 보살펴서 살림을 하는 종무소가 있다.
강원에서는 스님들이 처음 절집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
는데, 학문을 위주로 배우고, 그곳에는 강사 스님이 계신다.
선원에서는 주로 강원을 졸업했거나 나이가 좀 지긋한 스님들
이 참선 수도하는 곳으로 선원장이 스님들을 통솔하고 있다.
스님들은 점심 공양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 시간 가량 해
인사 왼쪽에 있는 커다란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다. 해인사 스
님들이 축구를 하게 된 데에는 재미있는 연유가 있다.
한번은 해인사에서 산불이 난 일이 있었는데 불을 끄려고
스님들이 총출동을 하였다.
그런데 기동력이 영 아니올시다였다.
한마디로 운동 부족인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축
구를 하기로 한 것이다.
한번은 선원 스님과 강원 스님이 나뉘어서 축구 시합을 하
게 되었는데 조그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젊은 스님들도 경기에 너무나 열심히 몰입하다 보니 축구
를 운동으로 생각하지 않고 승부에 너무 집착을 했던 것이다.
선원 스님들과 젊은 강원 스님들이 골인이니 아니니 하고
시비 끝에 급기야는 손찌검까지 하게 되었다. 그 일로 강원의
젊은 스님들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단식투쟁을 하였다.
마침내는 성철 스님까지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관음전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이놈들아, 문 열어!"
그러나 안으로 굳게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놈들, 이제 다시는 공 못 차게 할 줄 알어!"
결국은 성철 스님의 호통에 젊은 스님들은 문을 열었지만
그때 철없는 스님들도 지금은 중진 스님들이 되어 있으리라.
ㅡ 원정《침묵의 깊은 뜻을 마음으로 보게나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