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한 유전 공학자가 보스턴에 있는 자신의 연구소에 대
해 우리에게 말했었지요. 그는 자신의 연구소 지부가 유럽, 나아
가 베이징에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 과학자가
진정한 인류애를 갖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인종, 국가, 이념, 이런
것들에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으니까요."
추 박사가 회답했다.
"맞습니다. 대부분의 과학자가 그러하지요."
달라이 라마가 말을 이었다.
"정치인이나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들에게도 그런 정신이 필요
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때로 자신들의 이념, 자신들의 국가
에만 너무 집착합니다. 그때 불필요한 문제들이 일어납니다. 불행
한 일이지요. 중국과 티베트를 보세요. 2천 년 동안 우리는 가까
운 관계였습니다.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죽이기도 하고,
때로는 가까운 친구였던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힘들
어졌지요."
달라이 라마는 소리가 들릴 만큼 깊이 한숨을 쉬고 나서 말을
이었다.
"나의 주된 관심은 티베트라는 국가나 티베트 민족에 있지 않
습니다. 나의 주요 관심은 불교와 논리학과 철학이 어우러진 티베
트의 전통입니다. 이것은 그저 고대의 문화가 아니라, 오늘날의
세계와도 깊은 관계가 있는 중요한 것입니다. 인간의 감정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그 감정을 탈바꿈시키는가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티베트의 영적 전통을 보호하는 것은 단지 6백
만 티베트 인들을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더 넓은 인류 공동체를
위한 것입니다. 특히 우리의 형제 자매인 중국인들을 위해 필요합
니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풍요로운 유산을 너무 많이 잃었거든
요. 티베트의 불교 전통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보존하는 것은 티베트와 중국 양쪽 모두에게 이익입니다."
달라이 라마의 말이 끝난 뒤, 내가 말했다.
"추 박사님, 당신은 중국 학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당신이 볼 때 현대 중국인들은 티베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추 박사가 대답했다.
"중국에서 얻을 수 있는 티베트에 대한 정보는 정부의 통제를
거친 것들뿐입니다. 중국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들에게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달라이 라마가 매우 교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죠. 교수들은 그 주장에 따르지만 젊은 세대들은 확실히 그렇지
않습니다.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이죠.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기가
점점 힘들어져 가고 있고, 특히 인터넷이 그렇습니다. 한 번은 정
부에서 실제로 검색 엔진 구글을 제거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습니
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은 모두 정부 기관의 검색 엔진을
거치게 해놓은 거죠. 하지만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정부 기관을
거치지 않고 다른 길로 접속하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에 결국 몇
주 만에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달라이 라마가 덧붙였다.
"또 티베트로 여행 오는 중국인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에는 순수한 관광객들이었는데, 요즘은 성지 순례차 오는 사람
들이 많습니다. 최근에 들은 얘기로는, 라싸의 티베트 수도승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