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한 여름에는 나무들도 볼 때마다 다르게 키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어느 집 담장 너머로 하얗게 핀 아카시아나무를 보면서 이 나무는 어떤
아름다운 생각을 하길래 이런 향기가 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도 한 송이 연꽃을 생각하면 그때마다 우리 마음에 은은한 연꽃
향기가 배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되면 만나는 사람마다 눈인사를 주고 받으며 혹은 악수를 나
누면서도 그 연꽃 향기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져 얼마나 향기로운
만남이 될까요.
『채근담』에 보면 하늘의 도리에 맞는 길은 매우 넓어서 거기에 마음
을 두면 가슴 속이 문득 넓어지고, 밝아짐을 깨닫게 되고, 인간의 욕망
을 따르는 길은 매우 좁아서 잠깐 발을 들여놓기만 해도 눈 앞이 모두
가시덤불과 진흙탕으로 되어 버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참 묘해서 하나를 얻으면 또다른 하나를 얻고자 합니
다. 결국 나중에는 얻은 것에 또 얻고자 하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 버리
고 말지요. 하루를 돌아보며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먼저 버려
야 할 욕심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오늘 한 가지 욕심을
버리게 되면 내일 다른 욕심을 버리기는 더욱 쉽게 되겠지요.
수행이란 다름아닌 이렇게 매 순간 순간을 철저하게 비어가는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비어 있음에서 마음의 향기가 솟아오르지요.
글 김정아/ 시인,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