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새소리
지구 한 쪽에서는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고 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장마 끝은 있어도 가뭄 끝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세기말에 나타나는 증후군이라고도 하고, 무엇보다도 지구 환경이 크
게 오염된 데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무심코 지
나쳤던 일기예보에 나타나는 구름 사진이며, 점점 구멍이 커져가고 있
는 오존층 사진에도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른 아침이면 절 마당에는 많은 새들이 날아와 앉곤
합니다. 웬만큼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 않고 저희들끼리 주고 받는 말이
많습니다.
서로 낯이 익었다고나 할까요. 특별히 잡으려는 생각이 없다는 마음
을 새들도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잠도 설치
고, 짜증이 나려다가도 이른 아침 새들의 지저귐 소리에 문득 마음이 환
히 풀립니다.
하루 동안 크고 작은 일들에 지쳤을 때 이른 아침 맑은 새소리를 떠
올려 보면 기분이 한결 맑아지지라 생각합니다.
글 김정아 님/시인,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