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함께 꽃이되네

나무를 심는 까닭은

해탈의향기 2012. 6. 4. 08:12

   

 

 

                        나무를  심는  까닭은

 

 

  도심  종로 우정국로와 조계사 주변의  커다란 소나무들은

옮겨 심은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본래 있었던 자

리처럼 잘 어울린다.  지난겨울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서 있

는 그 모습에 취하여 들고 있던 찻잔이 식는 줄조차 몰랐다.

   하긴 이 동네의 또 다른 이름은 수송동이 아니던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천연기념물 백송은 큰법당 옆에서 오랜 

세월 풍상을 버텨오며 그 이름값을 하느라고 여전히 그 기상

이 당당하다.

  중국 파두산의 소나무도 그랬다.  '재송'  이라고 불리는

노승이 그 산에 살면서 심어 놓은 것들이었다.  그는 당시

에 이름이 없는 뒷방 노장이었다.  틈만 나면 소나무를 심는

것으로 수행을 대신했다.  그런 까닭에 주변에서 그를 

'소나무 심는 도인' 이라는 별명으로 불러주었다.

  그러던 어는 날 문득 공부가 하고 싶었다.  스승의 방으로

달려가 법문을 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나무나

열심히 심으라'  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머리가 허옇고 눈

가에 주름이 가득하며 손에 굳은살이 박힌 그를 새삼 공

부시킨다는 것도 어렵거니와 설사 가르친다고 한들 곧 다

비장으로 가야 할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눈치챈 그

는 인위적으로 몸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원하는

바대로 귀와 눈이 총명한 어린애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하여 다서 살 어린 나이로 다시 출가했다.  린포체

인 셈이다.

  "스승님! 재송이가 왔습니다."

  "무엇으로 그걸 증명하려는가?"

   아이는 방 앞의 소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심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열심히 수행했고 나중에는 스승을 이어 그 산

문의 방장이 되었다.  문화에서 유명한 육조(638-713) 혜능

 선사를 배출했다.  나무를 부지런히 심은 복으로 스스로의

 의지대로 환생했고, 또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는 저력이 

되었다.

  요즈음 방방곡곡에 개인이 만든 식물원과 수목원이 보

통사람들에게도 적지 않는 관심과 시선을 누리고 있다.

  어느 부부가 수십 년 동안 가꾸었다는 섬 전체가 식물원

인 남해 작은 섬의 해상농원은 이미 유명관광지 반열에

올랐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 없이 나무와 인간이 공존할

수 없었다.  임제선사는 나무 심는 이유를 '산문의 경치를

가꾸고 동시에 뒷사람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한 것' 이라고

한 말은 모든 독림가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다.

  나무 사랑 제일은 일본의 대우양관(1758-1831) 선사일

 것이다.

  어느 날 머물고 있는 방의 마루 밑에서 죽순이 올라왔다.

점점 자라 마룻바닥에 닿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마루를

그만큼 잘라내어 대나무가 뻗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점점 더 자라더니

마침내 천장까지 닿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시 천장마저 뜯어내 대나무가 뻗어 올라 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날씨가 궂으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럼에도 선사는 그 구멍으로 비가

들어와도 눈이 내려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야! 대나무가 많이 컸구나.  많이 컸어."

   하긴 모든 것은 가치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가에 달

려 있다.  그걸 몸소 보였을 뿐이다.

 

 

 

 

글/ 원철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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