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When I dream

해탈의향기 2013. 3. 20. 20:13

 

 

 

 

  리나라 성인 세 명 중에 한 명이 보았다는 영화 '쉬리'

한국 영화사를 다시 썼다고까지 평가받는 이 영화의 삽입곡 'When I dream'은

내게 독특한 버릇을 만들어주었다.  그 노래를 부르거나 듣는 사람들을 볼 때마

다 그들의 표정을 살펴보며 혼자 엉뚱한 생각에 잠기곤 하는 것이다.  특히

'When I dream I dream of you maybe someday you will come true' 라는

구절에 이르면, 과연 사람들이 이 가사를 듣거나 부르면서 두 눈 지긋이 감고

생각하는 'you' 가 누구일까, 무엇일까 하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당신의 꿈만큼 당신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한 유명 잡지에 실렸던 광고 카피이다. 카피 옆에는 어린이가 먼 곳

을 쳐다보는 가운데 우주선이 발사되는 모습의 사진이 있다.  그리고 그 밑에

'정신이 가리키는 곳으로 성장은 따르게 마련이다' 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원대한 이상을 가진 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꿈을 크게 가진 자가 성취도 크다

는 설명일 것이다.

 

 

  꿈은 미래시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꿈'이라는 말은 미래를 가리키는 것으로만 생각될 수 있다.  하

지만 사실 꿈은 우리의 현재까지도 붙잡아준다.  꿈이 있으면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도 즐겁다.  지금 이 순가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기 때문에 머리와 몸이 건강

하게 움직인다. 

  꿈이 현재를 붙잡아주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경우는 위기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이다.  지난해 여름, 괴소문에 시달리느라 악전고투하던

나를 위로한다며 선후배 몇 명이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다.  우리는 함께 저녁

을 먹은 후 갑자기 마음들이 일치해 일행 중 한 선배의 남편을 초대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아담한 장소로 옮겼다.

  그 자리에서 내가 평소에도 늘 챙기고 아끼는 후배가 바로 그 'When I dream'

을 불렀다.  후배의 노래를 들으며 역시 참 아름다운 노래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웬일인지 노래를 부르는 후배의 얼굴이 흐려지더니 끝내 눈물까지 비

치는 것이 아닌가.

  "얘, 너 왜 그러니?"

  "········."

  "너 또 그 사람 생각한 거니?"

  "응, 선배··· 알잖아요······."

  "알긴 뭘 알아! 네가 저 노래 부르면서 생각한 'you' 가 또 그 사람이었어? 나

참 ······."

  후배는 내 핀잔에 후다닥 감정을 수습했다.

  "선배, 미안해.  내가 지금 누구 앞에서 한탄이래··· 선배 요즘 속이, 속이 아

닐 텐데."

  "괜찮아.  남의 암보다 내 감기가 더 아프다더라.  다 자기 고통이 가장 힘겨운

거야."

  "그나저나 선배 참 용하다.  어떻게 그렇게 견뎌요.  나는 별것 아닌 일에도 두

고두고 눈물짓는데."

  "어떻게 견디느냐고? 나는 너랑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너와는 다른 'you'를

생각하거든."

  그렇다.  내가 그리는 'you' 는 따로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 수렁 속에서

나를 건져내고 내게 투쟁할 힘을 주었던 것은 바로 나의 꿈, 내일을 향한 나의

비전이었다.  꿈을 이룬 미래의 내 모습이 최후의 순간에 흔들리는 나를 붙잡아

준 것이다.  그 꿈은 절망에 빠진 나의 현재를 희망에 찬 미래로 이끌어주는 존

재이다.

 

 

  고통과 맞서느라 모든 힘과 에너지, 정신이 다 고갈되고 소진되는 듯할 때마

다 나는 내 꿈을 생각했다.  늘 꿈꾸던 나의 미래가 있는데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다는 생각을 되새긴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절망을 이기

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매순간 재확인해야 한다.  내 미래의

꿈과 비전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자기 확신'은 현재의 고통을 결국은

이겨낼 것이라는 보증과 같다.  그런 보증이 내 안에 있었기 때문에 지난 여름,

나는 절망이 아무리 커 보여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있었다.

  당장의 고통을 견디는 것은 분명 힘들다.  하지만 저 모퉁이만 돌아서면 이

고통은 지나간 고통이 될 것이고 나는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그

래, 어차피 지나갈 것 어디 한번 부딪쳐보자' 하는 오기가 생기곤 했다.  그러면

현재의 고통을 이길 힘이 나도 모르게 다시금 솟구쳤다.

  나의 'you' 는 나의 미래이고 꿈이고 비전이다.

  'When I dream, I dream of you. Maybe, someday you will come true!'

          ㅡ 백지연《나는 나를 경영한다》중에서 ㅡ